콘솔게임 시장구도의 재편…Sony의 추락과 Nintendo의 비상

출처 : http://www.skyventure.co.kr/global2005/analysis/view.asp?Num=14355&Cate=2&NSLT=Y

STRABASE  2007. 5.28

News

Sony Computer Entertainment(SCE) 회장 겸 CEO인 구다라기 겐이 오는 6월 현직에서 물러난다고 Financial Times(FT)가 지난 4월 26일 보도했다. 세계 최고 인기 비디오 게임기 Play Station(PS) 사업을 이끌었던 겐 회장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PS3가 공급 부족과 비싼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부진한 성과를 거두자 책임을 느껴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다라기 회장은 사임 후 SCE의 명예회장이자 기술 고문으로 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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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 회장은 지난해 12월 1일 히라이 가쓰오 당시 SCE 미국 지사장에게 SCE 사장실을 내주고 SCE 회장직으로 자리를 옮기며 SCE의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놓았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Sony가 최근 게임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일어난 조치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FT는 겐 회장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PS의 개발주역이며 PS의 세 번째 버전인 PS3까지 내놓았지만, 경쟁사에 뒤처지며 판매 부진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이번 은퇴를 결정하게 된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구다라기 겐 회장은 Sega와 Nintendo 등이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지난 1990년대 초, Sony도 자체 게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실제 사업으로 일구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경영진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Sony의 게임기 시장진출을 반대했지만, 겐 회장은 별도 법인을 출범시키는 강수를 두며 1994년 12월 PS를 탄생시켰고 비디오게임기 시장의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뒤이어 나온 PS2 역시 큰 성공을 거두며 Sony가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PS3는 전작들과는 달리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ony는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을 투입, 높은 사양의 첨단 기능들을 탑재하며 지난해 11월 PS3를 전격 출시했다. 그러나 대당 600달러로 책정된 높은 가격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면서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Sony는 결국 절치부심 끝에 PS3의 가격을 20%나 내려야 했다.(1)

이에 더해 초기 공급 물량은 일부 마니아층의 교체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할 만큼 터무니 없이 부족해, 미국과 일본 일부 도시에서는 PS3를 구매하기 위해 폭력적인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들로 인해 올해 PS3 판매량이 당초 목표치보다 크게 뒤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일본 노무라 연구소는 최근의 판매 부진을 이유로 2007년 PS3 판매 전망을 당초 1,600만대에서 1,1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Sony의 총매출액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사업 부문이 이렇게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Sony 그룹 전체가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하는 것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Bloomberg 통신에 따르면, Sony는 지난 4분기(2007년 1월 1일~3월 31일)에 전년 동기 대비 11억 엔이 늘어난 676억 엔(약 51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최근 4년 간 보여 준 분기 손실 중 최대치라고 한다.

Sony가 이렇듯 공급물량 부족과 높은 가격으로 고전하고 있는 반면, Nintendo는 연일 승승장구 하고 있다. Nintendo는 대당 250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체험형 기능을 무기로 한 Wii를 앞세워 미국과 일본의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서 Sony를 압도하고 있다. 2007년 1~3월까지 3개월간 PS3 판매량은 약 85만 대(미국+유럽 시장)에 머물렀으나, 같은 기간 Nintendo는 198만 대의 Wii를 팔아 치웠다.

한편, Nintendo는 Wii 뿐 아니라 NDS를 비롯한 기존의 휴대용 게임기 판매를 통해서도 지속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Nintendo의 휴대용 게임기들은 Nintendo가 직접 퍼블리싱하는 다양한 게임들과 함께 큰 인기를 끌면서 현재 판매대수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각각 75%씩 점령하고 있다. 콘솔 게임기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Nintendo의 휴대용 게임기들은 미국 콘솔게임기 시장의 31%, 일본 콘솔게임기 시장의 약 45%를 점유하고 있다.

View Point

PS3의 이러한 실적부진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Sony의 지나친 하드웨어 중심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마니아층을 겨냥해 고기능과 높은 그래픽 성능 향상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됐고, 이는 자연스레 게임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심지어는 Sony의 PS2와 PS3 두 제품이 겨냥하고 있는 시장도 서로 달라지는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즉, 차세대 DVD 표준인 Blueray 플레이어와 Cell 프로세서를 장착한 PS3는 599달러라는 고가로 특정 마니아 층이나 얼리어답터 층에서만 한정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PS2는 PS3의 출시에 따라 가격이 129 달러까지 하락하면서 대중 시장을 공략, 오히려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아직까지 PS3용 게임 타이틀보다 PS2에서 이용할 수 있는 타이틀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PS3가 PS2를 교체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경쟁업체인 MS와 Nintendo는 이와 반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MS의 경우 지난 2005년 11월 Xbox360을 선보인 이후 Xbox 판매량은 무려 75%나 줄어들었다. Nintendo 역시 지난 해 11월 출시한 Wii의 첫 달 판매량이 47만 6,000대에 달한 반면, 기존의 GameCube 판매량은 10만대를 밑돌았다.

따라서 Sony는 각각 250달러와 299, 399 달러로 PS3에 비해 크게 저렴한 Wii 및 Xbox360과의 경쟁은 물론 자사 제품인 PS2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구다라기 겐의 사임은 단순히 Sony가 게임기 판매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기 보다는, Sony가 PS3를 중심으로 그리고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 수정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Sony는 PS3를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라 홈엔터테인먼트 서버 컴퓨터로 구상하고 있으며, Sony는 이를 통해 콘솔 게임 시장과 DVD 표준 시장, 미디어 서버 시장이라는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소위 ‘트로이목마’ 전략을 펴고 있다.(2)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MS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여러 시장을 한꺼번에 공략함으로써 부분적인 이익은 작을 지라도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노리겠다는 다차원 전략이 이들 구상의 기저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콘솔 게임 시장에서 약간 뒤처질지라도 홈엔터테인먼트 전체 시장에서 승리함으로 더 큰 이익을 추구하며, 종국에는 게임 시장의 주도권도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장기적인 비전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기의 게임성’에만 집중하여 게임 시장을 재편하다시피 하고 있는 Nintendo Wii의 등장은, Sony에게 이러한 ‘장기적인 접근’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자칫 어렵게 이룩해 놓은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서의 위상이 하루 아침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Nintendo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도 Sony를 멀찌감치 앞서 나가며 앞뒤로 Sony를 압박하고 있어 Sony가 느끼고 있는 위협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Reference

1. ‘Nintendo expects to sell 35 million Wiis in US’, gamesindustry.biz, 2007.5.23
2. ‘Sony PlayStation creator retires’, FT, 2007.4.26
3. ‘Video Game Monthly’, Credit Suisse, 2007.4.20
4. ‘It’s time to get in the game; Initiating interactive entertainment at over-weight’, Edwards, 2007.3.22
5. ‘Nintendo is "Wii"nning Over Older People’, the daily, 2007.3.22
6. ‘Analysts predict game console woes could prompt biggest quarterly loss in 4 years’, Red Herring, 2007.3.15
7. ‘차세대 콘솔 게임기 시장을 둘러싼 경쟁현황과 향후 전망, Strabase, 2006.12.28
8. ‘Sony의 PS3 고가전략(高價戰略) 고수의 배경’, Strabase, 2006.7.24
9. ‘Sony's Big Hopes For PlayStation 3 May Fall Short’, WSJ, 200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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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ny는 지난 해 11월 PS3를 출시하면서 기능을 다소 줄인 499 달러 제품도 함께 선보였다. 하지만 이달 초 미국 시장에서 499 달러 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판매량이 599달러 제품의 1/10분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 이와 관련, SCE는 2007년 6월 한국 정식 발매를 앞둔 차세대 비디오게임기 PS3를 TV포털 서비스(IPTV)의 셋톱박스로 활용, 공동 프로모션을 벌이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5월 2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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