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과 대만의 아시안컵 예선이 있었죠.
오전에 회사에서 표가 돌아 몇 장을 확보하고 멤버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이란전때 상암 경기장에 갈려다가 실패해서 이번에는 가봐야지 하면서요...)
가깝지 않은 거리가 출발전부터 내내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VIP 좌석인데 그냥 날려버리기도 아깝고.
부랴부랴 디카를 빌리고 멤버를 확정짓고,
6시도 되기전에 살짝 먼저 출발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차가 막힐것 같아서 말이죠)



강변북로를 따라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제 옆자리에 탔던 이모 차장(다른 회사분임)이 가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여기까지는 기분이 좋게 가을 구경하면 잘 갔는데...

경부고속도로부터 막히기 시작한 차가
영동고속도로를 통해 동수원 북수원에 가기까지...
엄청난 시간을 버렸죠.
게다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갈려면 동수원IC로 나가야 하는데,
같이 간 일행이 북수원IC로 나가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막히는 길을 돌아서까지 갔죠.

당연히 경기시작 시간에 맞추지도 못하고,
애국가가 울릴무렵 경기장 근처에 도착했지만,
주차를 할 곳이 없어 또 20여분을 헤매고,
결국은 그냥 차도변에 세우라는 안내요원의 말을 듣고
서둘러 주차를 하고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P.S.1. 경기장을 가는 동안 내내 생각한건데 차 정말 많이 막힙니다.
서울역에서 수원 경기장까지 2시간 반이라니--;;;
수원 시내는 정체로 엉망이고
물론, 이런 날 차를 가지고 가면 고생은 각오해야죠.
근데 문제는 경기장앞에 경찰도 없더라는...
불법유턴, 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등 온갖 교통 위반이 버젓이 일어나는데,
단 한 명의 경찰도 통제를 안하고 보이지조차 않더군요.
제가 차를 주차한 것도 경찰이 아닌 아르바이트하는 듯한 학생의 안내로
8차선 대로에 끝차선에 주차한 거죠.

이런 날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교통 통제하고 주차 지시하고,
혹은 톨게이트부터 정책적으로 경기장 가는 차를 지원하는 등
조금만 신경을 써도 괜찮아질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물론, 지하철 타고 다니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요^^
(근데, 경기장 안에 들어가니 경찰들이 VIP 석에 앉아서 단체로 관람중이시더군요)

경기를 시작하고 30분이나 지나서 경기장에 입장하니
이미 2-0으로 한국이 앞서고 있더군요.
빌려간 디카를 스포츠 모드로 놓고 사진을 찍었더니 위와 같은 연사가~
아무튼 늦었어도 경기는 이기고 있으니 기분이 좋더군요.
누가 골을 넣었는지 모르지만 이란전에서 아쉽게 비겼으니...
오늘은 이왕 이길려면 크게 이겨라하고 내심 기대고 했구요.

월드컵 경기장을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긴 합니다만.
기존의 종합 운동장과는 달리 축구 전용으로 지어진 몇개의 구장은
정말 축구보기가 좋습니다.
한눈에 경기장 전체가 들어오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잘 보이고...
경기장과 관중석의 거리. 그리고 경기장과 각 좌석간의 각도 등을
이상적으로 설계하여 배치를 했기때문에 축구를 보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4만원이나 되는 VIP석에 앉아서 봤으니 더 볼만했죠.

저희 일행이 들어간 이후 김두현의 프리킥에 이은 설기현의 헤딩 골~
역시 김두현의 코너킥에 이은 정조국의 헤딩 골~로
전반에만 두 골이 더 들어가 뒤늦게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해주더군요.

금새 하프타임이 되고 선수들이 몸을 풀고...
저는 기자석에 가서 선배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제가 앉았던 자리에서 기자석 방향으로 사진을 한장.
가운데 높은 책상들이 있어 보이는 곳이 기자석입니다.
저랑 같이 간 이모 차장도 이 사진안에 잡혔군요.ㅋㅋ


후반전이 시작되고, 한국의 맹공은 계속 되었습니다.
설기현의 크로스에 이은 조재진의 슛이 터지고,
이어 김두현의 멋진 중거리 슛.
(몸으로 두번 트래핑하더니 전혀 생각지 않은 곳에서 지체없이 슛으로 연결하더군요)
그리고 최성국의 돌파로 얻은 페널티킥을 조재진이 성공시키고,
마지막으로 정조국이 단독 드리블 후 8번째 골.
후반에만 또 4골을 몰아치며 한국이 8-0으로 승리했죠.

대만 선수들이 좀 불쌍하더군요.
우리가 먼 옛날 헝가리에게 9-0으로 진 것을 내내 기억하듯이
대만 국민들이 오늘을 내내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P.S.2. 이 경기 이후에 신문들이 정조국과 조재진의 투톱이
새로운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더군요.
성공적인 투톱이었다는 것과 동시에....
하지만 현장에서 본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눈에 확 띄게 플레이를 했던 선수는 투톱보다는 설기현과 김남일이였습니다.
볼란치를 맡은 김남일은 누구보다 많이 뛰며 제 역할을 해냈고
설기현은 정말 많이 성장했더군요.
오른쪽에서 날카롭게 올려주는 크로스들이 정확하게 공격수들에게 전달되었죠.
(반면 왼쪽의 박지성은 좀...부진하더군요)

조재진은 스트라이커로서 어느정도의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
문제는 해트트릭을 한 정조국. 결과와 기록으로는 더할나위 없는 MVP죠.
하지만 후반전만 보면, 그에게 주어진 찬스는 더 많은 골을 넣기에 충분했죠.
한 골만 넣어도 승리할 수 있는게 축구지만
주어진 기회에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면 언제든 질 수 있는 것도 축구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조국은 헤딩외에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믈론 앞으로 더 성장하겠지요^^

경기를 마치고 양팀 선수단의 모습이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죠.

언제나 붉은 악마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2000년 붉은 악마 초창기에 그들을 취재하고 그 무리안에 들어가본적이 있는데.
정말 집단의 힘의 무엇인지, 응원의 힘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더군요.
대승을 거두자 폭죽을 터뜨리며 자축하는 모습이
이제는 여느 유럽의 서포터스 못지 않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경기장 조명이 무척이나 아름답더군요.
밑에 사진은 전경을 담아볼려고 한 것인데....
카메라가 흔들리는 바람에--;;;


P.S.3.

경기장에 동행한 용수!
회의를 해야하는 것을 잡아채 그냥 끌고 가다시피 데리고 갔습니다.
하프타임에 경기장을 배경으로 한컷 담았죠.
오랫동안 여친이 없는 쓸쓸한 솔로입니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건데, 여자친구를 굶기거나 괴롭힐 친구는 아닙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저에게 쪽지를 날려주시면 자리를 주선해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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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균 & SPM Team 여러분 영미, 지영, 재성, 상열, 상호, 지훈,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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