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2006-07-28 11:42]
뇌교육에 대한 부모의 자각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20초간 웃기 수련’ 으로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바꿔 놓았다.

최근 필자는 어린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관련된 두 가지 상반된 기사를 보았다.

하나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보고서로, 지난해 10월 13일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1만9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등학교 3학년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인데 그 자료가 눈여겨볼 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변의 관심도가 높은 어린 학생일수록 공부도 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의 칭찬 정도’와 ‘부모와 대화 정도’에 따른 기초학력 비교 결과, 항상 칭찬을 듣고 부모와 대화시간이 많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전 영역에서 기초학력 점수가 월등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우연히 학교를 방문한 한 학부모가 교사가 초등학생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급기야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된 사건이다. 뒤이어 한 탤런트는 어릴 적 뺨을 맞은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도 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어른처럼 이성이나 논리가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의 뇌는 외부 정보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나이가 들면 정보처리가 많아지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무런 여과 없이 뇌에 입력된 정보는 자연스럽게 출력돼 아이의 미래를 만든다. 중요한 것은 자극적이고 강력한 외부자극일수록 아이의 뇌에 오랫동안 남는다는 사실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의 뇌기능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인간의 뇌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기 때문이며 두뇌가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어린 아이일수록 그 영향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칭찬과 사랑을 보내면 뇌에 있는 긍정적인 회로가 활성화되어 두뇌작용을 좋게 하지만 스트레스나 분노, 실망감은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뇌회로를 엉키게 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어릴 때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은 뇌 속에 그대로 저장돼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은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해서든, 세상에 대해서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존재다. 스스로 자신을 최고라고 인정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주변에서 심어주는 인식이나 평가로 자신을 판단한다. ‘너는 정직하구나!’ ‘너는 용감하구나!’하는 말이 실제로 그런 아이를 만들어간다. 칭찬 한마디가 장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만들 수도 있고, 부주의한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 네바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뇌체조를 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약점이나 결점을 가지고 있다. 저 빛나는 태양에도 흑점이 있듯이,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남모를 고민이 있고 약점도 가지고 있다. 나와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여 우월감을 갖거나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은 누구나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로 태어났으며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당당히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불신과 두려움을 넘어설 때 뇌에 잠든 재능이 비로소 깨어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필자야말로 공부에는 집중을 못했던 사람이다. 학창시절 내내 심각한 집중력 장애와 학습능력 장애로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했다. 지독한 염세주의자였으며 삶에 대한 방황으로 얼룩졌던 학창시절, 필자는 누구에게도 인정받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유일하게 잘한 게 있다면 스스로 끝까지 나를 믿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가능성이 없는 학생’이라고 할 때조차 마음속으로 나를 격려했다.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탄탄대로에 올라선 것처럼 순조로운 인생을 살던 사람이 어느 날 내리막길을 타기도 하고, 도저히 희망이 안 보이던 사람이 새로운 길에서 크게 성공하기도 한다. 때문에 한 사람의 일생을 놓고 본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낙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시 시작이다’라고 마음 먹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 잘 하는 아이보다 ‘머리’를 잘 쓰는 아이로 교육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우수명문대를 졸업하고 해외 유학을 다녀온 많은 고급인력이 갈 곳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 부모세대가 했던 것처럼 일단 좋은 대학을 들어가면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단언컨대 인생에서 안전한 길은 없으며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미래사회로 갈수록 무엇이든 적당히 해내는 우등생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많은 부모가 그동안 아이의 장점을 강화하기보다 약점을 보강하는 것에 관심을 쏟아왔다. 하지만 아무리 약점을 보강해도 그것이 강점이 될 수는 없다. 장점을 더욱 갈고 닦아야 진정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 인간은 누구나 뇌 속에 한 가지씩 타고난 재능이 있기에 그 재능을 발견하고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의 본질은 엄밀히 말하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 잠재하는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이미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있다. 문제는 좋은 정보가 많은데도 그것을 쓸 수 있는 지혜와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너무나 많은 정보로 뇌가 지쳤다.

이제는 아이들의 성적관리보다 두뇌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어린 시절은 두뇌가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이며, 이때 생긴 두뇌습관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어릴 때부터 두뇌를 활용하고 개발하는 습관이 쌓이면 시간이 흐를수록 두뇌의 활용능력 또한 높아질 수 있다.

부모의 삶은 그 자체로 아이의 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나는 아이의 스승이 되겠습니다’와 같은, 부모로서 당당한 선언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의 두뇌환경이 풍요로워지도록 양질의 정보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두뇌에 어떤 씨앗을 뿌려도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것까지이다. 토양이 비옥할수록 자라나는 열매의 풍요로움이 언젠가 대지를 뒤덮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헌<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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