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후에 오는 것들
"나는 그와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참견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그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사랑을 하면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는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한 이기주의자였다." P68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P109
"나는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온 우주의 풍요로움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 그것 자체도 사랑이 우리를 속이는 방식이라고 지희는 분석하곤 했었다." P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