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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하다 보면 대개 유적지에 들르게 된다. 그런데 유적지라는 것 대부분이 지배자의 유산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다르지 않다. 낯선 곳에서 제일 유명한 것을 찾아가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디 유적지뿐이랴. 음악, 미술 같은 예술의 전 분야가 권력에 아첨하거나 그 힘을 빌어 발전해 온 것을 누가 부정하랴. 요즘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권력의 실체가 왕권이나 신권에서 자본이라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그런 이유로 우리는 권력자들이 남긴 유산의 최고의 예술로 알고 있다. - 영귀산 운주사 중

◆ 술래잡기 하듯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잠깐 잠깐 눈 맞춤을 하다 보면 어느새 다락방같이 지어진 돌집이다. 팔작지붕의 기와집처럼 용마루도 있고 처마도 있다. 누가 계실까? 두 분 석불이 등을 마주 대고 앉아있다. 한 분은 남쪽을, 또 한 분은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남쪽 석불의 아직 오똑한 콧날과 화장한 듯한 입술이 넉넉한 얼굴형과 잘 어울린다. 오른손은 배에 대고 결과부자를 하고 있다. 북쪽의 석불은 옷 속에 손을 합장한 듯한 모습인데, 합장인지 지권인의 손 모습인지 알 수 없다. 여전히 전체적인 조형이나 표현이 서툴다. 옷의 주름도 재충 대충, 손의 모습도 대충대충이다. 다락방 같은 한 지붕안에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두 분 석불이 너무 다른 모습이다. 남쪽 석불은 엄숙하지만 새촘한 얼굴에 손발을 드러내 놓고 있고, 북쪽 석불은 무덤덤한 표정이지만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에 손발을 옷 속에 감추고 있다. 어찌보면  부부싸움 끝에 남쪽 것은 토라지고 북쪽 것은 나 몰라라 하는 모습 같기도 해 웃음이 나온다. 발칙한 상상이다.. - 영귀산 운주사 중

이 책의 제 4장은 이야기가 있는 절집입니다. 이전까지의 절집들이 풍경 중심이였다면 마지막 장은 이야기가 많죠. 덕분에 옮길 내용은 한결 줄어들었습니다. 이 책은 당분간 제 서고의 한켠에 오래 자리잡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아무 생각없이 불쑥불쑥 떠날때면 꼭 한 손에 쥐고 가까운 절이라도 찾아볼때 동행을 해야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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