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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벌어졌던 사건'이라는 테마로 다산초당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수광씨의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재까지 나온 시리즈를 잠시 살펴보면,

이덕일씨가 지은
조선 왕 독살사건, 조선 선비 살해사건 1·2권 그리고 앞서 설명한 책의 저자인 이수광씨가 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건들이 나올런지는 미지수죠.

이런 여러가지 사건들 중에 가장 흥미로운 것이 아마 16가지 연애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딱딱한 내용보다는 말랑말랑한 내용이 잘 읽히기 마련이겠죠^^

아시다시피 조선시대는 유교철학에 입각해 철저하게 남여의 만남에 많은 제약이 있었고 특히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그 제약이 수배에 달했죠. 그러한 문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까지 이어져 비록 상당부분 여권이 신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에나 벌어졌음직한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소개되곤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 역시 그러한 조선시대의 사회적 제약안에 벌어졌던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서는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사건들이 이해못할 일도 아니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혼율이 증가하고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의 비중이 높아지니 말입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6개의 연애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크게 4개의 작은 파트로 다시 나뉘고 각 파트에는 3개에서 5개의 실화들이 소개되고 있죠.

제1부. 조선을 뒤흔든 왕조 스캔들.
1. 후궁의 죽음을 부른 한 통의 연예편지 : 왕의 여자가 사랑에 빠진 죄
2. 사랑에 미쳐 왕좌를 버리다 : 양녕대군 페세자 사건
3. 세종의 며느리 세자빈과 궁녀, 그들만의 사랑 : 궁궐 여성의 동성애
4. 질투의 화신, 현숙공주 독살 미수 사건 : 베일에 싸인 공주의 사생활

제2부. 조선을 뒤흔든 남녀상열지사.
5. 목숨 걸고 천민은 사랑한 처녀 : 신분을 초월한 용기 있는 사랑
6. 기생과 사대부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연애
7. 자유연애를 꿈꾼 규방 부인 : 남편감을 직접 고른 여인
8. 일부종사를 거부한 여성들, 유감동과 어을우동 : 윤리보다 자유를 선택한 두 팜므 파탈

제3부. 조선을 뒤흔든 연애기담
9. 아버지의 연인을 빼앗은 사대부의 최후 : 어느 사대부의 일그러진 욕망
10. 위험한 사랑이냐, 부도덕한 간통이냐? : 조선시대에 근친상간이 일어난 이유
11.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유린한 별종 : 양상을 넘어든 사방지 사건
12. 일곱 살 아이가 아기를 낳은 사연 : 영조 시대에 일어나 놀라운 사건
13. 여인의 정조를 놓고 싸운 선비들 : 연예 스캔들을 둘러싼 조식과 이황의 대립

제4부. 조선을 뒤흔든 불멸의 로맨스
14. 심의당 김씨 부부의 영원한 사랑 : 사랑의 시를 남긴 부부
15. 조선 최고의 로맨티스트 심노승 : 떠난 아내를 미치도록 그리워한 남자
16. 첫사랑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다 : 기녀가 열녀문을 하사받은 사연


이렇게 모두 16편이죠. 어떤 것들은 제목만을 보고도 대충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실 수 있을겁니다. 반면, 제목만으로는 개요도 알기 힘든 것도 좀 있죠. 각 일화들을 간략히 소개할까 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책을 직접 접하시기보단 그냥 대화거리로만 남을거 같아 16개의 사건 중 제 기억에 가장 남는 일화 하나만 소개하고 마칠까 합니다. 참고로 이수광씨의 이 책과 유사한 것으로 현문 미디어에서 발행한
조선여인 잔혹사 : 18가지 사건으로 보는 조선시대 여인 이야기라는 책도 있습니다. 사건의 숫자만 틀릴 뿐 아직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대동소이하리라 추측합니다.

제가 소개드리고자 하는 일화는 왕조스캔들의 두 번째로 언급된 "양녕대군 페세자 사건"입니다. 태종의 장자이자 어떤 면에서도 흠잡을데 없었던 양녕대군이 스스로 왕위를 동생인 충녕대군에게 물려줬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입니다. 1996년부터 98년까지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사극 '용의 눈물'에서도 양녕대군으로 등장했던 이민우는 다소 방탕하긴 했어도 스스로 왕위를 넘겨줬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크게 왜곡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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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수광씨기 이 책에 소개한 바에 따르면 양녕대군이 페세자가 된 배경에는 첩이기는 하나 명백히 유부녀인 한 여자와의 사랑이 있었다는 것이죠. 그 여자는 바로 어리입니다. 왕세자인 양녕대군은 아버지 태종을 따라 왕좌의 난에 참여하였고 태종이 왕위에 등극한 이후 한양에서 조정을 다스리고 있었죠. 당시 태종은 아직 한양천도가 마무리 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개성에서 조정을 다스리고 있었구요.

아무튼, 왕자의 난에 참여할만큼 대장부적 기질에 술을 좋아하고 풍류생활을 즐겨하던 양녕대군은 천민은 수하로 거느리고 수시로 궐 밖을 돌아다니며 기생집에 출입하기까지 했습니다. 여느날처럼 기생집에서 술을 마시고 궐로 돌아오던 양녕대군은 장안 최고의 미녀라는 어리와 마주칩니다. 첫 눈에 그녀에게 빠져들어버린 양녕대군. 하지만, 그녀는 이미 중추부지사 곽선의 첩이었지요.

그러나 한번 빠지기 시작한 그의 욕망은 쉽게 제어되지 않았죠. 게대가 자신은 자기 왕일뿐더러 아버지는 당시 개성에 있었다는 점도 그의 욕망을 부채질 했습니다. 결국 그는 어리를 윽박지르다시피 몰아쳐 거의 강제로 동궁전으로 데리고 가버리고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버립니다.

이 일은 양녕대군을 견제하고 충녕대군을 지지하던 신하들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하죠. 결국 태종은 양녕대군이 어리를 강제로 데리고 온 사실을 알게되고 진노합니다. 이 일을 시작으로 태종과 양녕대군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 결국 양녕은 페세자의 길을 걷게 되죠.

꽤 긴 내용을 짧게 요약하려니 어설프군요. 아무래도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읽어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양녕대군이 장차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의 총명함을 일찍 알아보고 스스로 왕위를 양보하기 위해 거짓으로 광인 흉내를 내었다는 것은 야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왕자의 난을 거쳐 왕위를 차지한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본 양녕대군은 자신의 자리가 불안할 수록 왕자의 난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확실하게 장자로서의 위치와 왕위 계승자의 자리를 굳건히 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입니다. 비록 어리의 일로 부왕에게 미움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가 어리라는 여자를 위해 태종에게 더 대들지 않았더라면 태종도 굳이 페세자까지 시키려는 생각은 없었다는 것도 책의 내용을 읽어보시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그토록 강인하던 인물이 유부녀를 강체로 취하고 - 조선시대 '일인지상만인지하'인 그의 위치를 생각하다면 무리도 아니지만 - 또, 그 유부녀와 깊이 사랑에 빠져 부왕에게 대들다가 페세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양녕대군의 일화 뿐만 아니라, 많은 재미있는 일화들이 소개되어 있고, 책의 두께에 비해 활자자 크고 그림들이 섞여있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읽으시는데 부담없이 하루밤이면 충분할 듯~ 한번 읽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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