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읽은 두 번째 책. 황석영 선생의 '개밥바라기별'입니다. 작년에 사 놓고 역시 책장에 두 어달 고이 모셔두었던 책이죠.

흠...이 책에 대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왼쪽 사진에서 보시는 것 처럼 Yes24에서 투표를 통해 뽑은 2008년 네티즌 선정도서이고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래 머무른 책이기에 읽지않고도 많은 정보를 얻은 분들도 있으시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로 쉽게 소개하기 쉽지 않은 책이기도 하네요.

저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는 내가 나의 20대를 이 소설의 주인공인 준처럼...황석영 선생처럼 치열하게 살았던가? 하는 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고, 또 하나는 민재가 성장해 10대 후반 혹은 20대의 터널에 들어갈 즈음에는 꼭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해줘야 겠다는 것이죠.

요즘의 대한민국을 흔히 다양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이 시대의 유명한 작가가 새해 벽두부터 올해 문단의 화두는 소통과 융합이라고 했을까요?

뭐 암튼 그 분들보다 훨씬 덜 살아온 제가 봐도 요즘 그리고 앞으로의 젊은 세대가 이끌어가는 대한민국과 세계는 더 큰 다양성이 존재하는 세계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타자와의 소통이 중요해지는 시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주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저를 비롯해 윗 세대 분들은 성장기를 지배해왔던 획일화된 복식과 그를 통해 길러진 의식. 부모님이 정해준 길...가라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은 왠지 낙오자만 되는 길인 것 같은 세상에서 성장해왔죠.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다를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제가 살아온 지난 날을 돌아보면서 다를 거란 생각이 조금은 더 확고해집니다.

친구와 오랜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주인공 준의 독백 중 일부 내용들입니다. 서태지가 퇴학할때 심정이 이랬을까요? 진정 어른이 된다는 것. 성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간다는 식의 시기적 논리가 전부는 아닐겁니다.

대위 장씨와 나는 잡범이나 경범자들이 들고나는 유치장의 이십여 일을 나란히 누워 자고 먹고 했다. 그와 나는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엎드려서 여러 가지 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에게는 산다는 게 두렵거나 고생스러운 것도 아니고 저 하늘에 날아가는 멧새처럼 자유롭다. 이른 봄에는 바닷가 간척공사장을 찾아가 일하다가, 오월에 보리가 팰 무렵이면 시골마을로 들어가 보리 베기를 도우며 밥 얻어먹고, 여름에는 해수욕장아니 산간에 가서 일거리를 찾고, 늦여름부터 동해안에 가서 어선을 탄다. 속초에서부터 오징어떼를 따라 남하하다가 울산 근처까지 내려오면 가을이 깊어져 있다. 이제는 다시 농촌으로 들어가 가을 추수를 거든다. 황금들판에서 들밥에 막걸리 마시고 논두렁에 누워 곤한 낮잠 한숨 떄리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단다. 그리고 겨울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쪽방을 한 칸 얻고 거리 모퉁이나 버스 종점이나 동네 시장 어귀에 자리를 잡아드럼통과 손수레 세내어 군고구마 장수로 나선다. 아니면 돈 좀 더 보태어 포장마차를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이번처럼 괜찮은 도시 공사판을 만나면 함바에서 겨울을 난다. 살아 있음이란, 그 자체로 생상한 기쁨이다. 대위는 늘 말했다.

사람은 씨팔.......누구든지 오늘을 사는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어요?
내가 물으면 그는 한바창 웃으며 말했다.
신나니깐...... 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어.
- 256 ~ 257P
실제 황석영 작가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전국을 떠돌면 막노동을 하는 이와 돌아다니던 대목의 글입니다. 거의 말미 부분이죠. 이 책의 감상평을 쓴 뮤지션 타블로의 말처럼, 노동하는 이의 입을 빌어 표현된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거야" 라는 말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진 자던 가지지 못한 자던, 그런 구분과 관계없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지금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죠.

나는 이 소설에서 사춘기 때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길고 긴 방황에 대해서 썼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거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집필한 이유가 너무나도 잘 담겨있는 작가의 글 부분 중 일부입니다. 제가 지나가버린 저의 20대에게도 하고 싶은 말인 동시에...지금 자라고 있는 제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 것이며 결과를 미리 내다보지 말 것이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
어른들은 그들의 가치관과 경험으로 이야기하지만 그게 인생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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