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팀 OB Bears

from 스포츠& 2006. 8. 21. 10:38

프로야구가 출범되었던 82년 당시 대전을 연고로 하고 있던 OB Bears에 내가 왜 연간 어린이 회원으로 가입했던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고향이나 부모님의 연고를 따라 팀을 선택하던 일반적인 습관(?)을 깨고 나는 아무 관계가 없는 OB Bears가 그냥 좋았다.

굳이 연고를 따지면 대구였던 아버지도 아무 반대없이 나의 선택을 존중했다. 야구에 '야'자도 모르는 어머니도 곧이어 합류하셨다. 코흘리개 두 동생도 합류...이리하여 우리집은 전 가족이 골수 OB팬이 되었다. 골수팬이라기에는 드문드문이지만 1년에 한두번은 모든 가족이 꼭 야구장에 가곤했다.

하지만 OB는 야구장에 갈때마다 우리를 배신했다. 갈때마다 진 것이다. 이기고 있던 경기도 역전패하기 일쑤. 한번은 온 가족이 휴일에 인천 원정경기까지 원정응원을 간 적이 있다. 그날따라 태평양 돌핀스와 더블헤더 경기였다. 1차전이 끝날무렵 들어간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이게 왠일!!! 우리가 갈때마다 지던 징크스(?)를 ㄲㄱ고 OB가 3-0으로 이기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 경기는 9회초였다.

"햐...드디어 경기장에서 이기는 것 한번 보겠구나"라며 우리 모두 신나했다.

하지만, 우리의 징크스는 절대 깨어지지 않았다.--;;;

9회말. 약을 먹은듯한 태평양 선수들이 활화산 같은 타격을 뽐내고, OB의 야수들은 봄 햇살에 졸음병에 걸린 병아리들처럼 무기력했다. 결과는 3-4 역전패. 어이가 없었다. 이어 열린 2차전도 대패. 결국 인천까지 원정응원을 간 우리는 맥없이 돌아왔다.

하지만, OB Bears에 대한 마음은 변치 않았다. 지금도 오로지 OB Bears(이제는 두산 베어스) 경기만을 온 식구가 본다.

긴 다리를 학처럼 주~욱 뻗던 신경식 선수부터 유지훤, 김광수, 김유동, 김우열 그리고 박철순.

그들이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나에게 심어준 인상은 너무 오래동안 뇌를 지배하고 있다. 승패에 관계없이 곰같은 뚝심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들의 모습을 지금은 볼수 없지만 그래도 난 영원히 OB Bears의 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