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zdnet.co.kr/itbiz/column/anchor/minupark/0,39035389,39168956,00.htm
페이스북은 지난 5월9일(현지시간), 회원 프로필 데이터 및 인증 정보를 외부 웹사이트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페이스북 커넥트'를 발표했다. 이로써 '데이터 유용성'(Data Availability) 개념을 도입한 대형 사이트가 하나 더 증가했다.
이 발표가 가지는 의미는 그 동안 데이터를 폐쇄적으로 운영해 왔던 대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들도 개방형으로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커넥트의 제휴 사이트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CNET 뉴스 인터뷰를 응한 페이스북 관계자는 "많은 사이트가 제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소셜 뉴스 사이트인 '디그'(Digg.com)로 밝혀졌다.
■ 소셜 뉴스(Social News) 서비스는 무엇인가?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가 한국에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이들 서비스는 SNS의 대표 서비스이자, 미국에서 손가락에 꼽는 차세대 구글 서비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서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지만, 페이스북이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디그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디그는 소셜 뉴스 대표 서비스로서 (국내에서는 이러한 소셜 뉴스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지만) 미디어 매체와 더불어 뉴스 정보 재생산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웹2.0 서비스로서, 월 평균 2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작년에 MSNBC는 소셜 뉴스 사이트인 Newsvine을 인수했고, 마이스페이스는 보유 회원을 기반으로 소셜 뉴스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왜 해외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소셜 뉴스를 주목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웹2.0 시대로 오면서 바뀐 환경의 변화들 중 하나가 정보의 흐름이다. 기존 미디어 환경은 단방향 중심의 정보 흐름에서 점차 양방향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전통적인 대형 미디어 매체 뿐만 아니라 1인 미디어 매체들도 그 역할과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로 참여형, 인간 중심, 집단 지성, 개방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가 급부상하게 되었다.
소셜 미디어 중에서도 뉴스의 중요도와 신뢰도의 형성에 일반 네티즌의 평판(Reputation)이 개입되는 형태의 소셜 뉴스 서비스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적 이슈가 네티즌의 관심에 의해 결정되는 등 인터넷의 미디어 파워가 날로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뉴스 유통과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의 소셜뉴스 서비스는 어떤가?
국내에도 디그를 모방한 소셜 뉴스 사이트가 다수 존재하지만 그다지 활성화 되어 있지 못하다. 국내 최초의 소셜 뉴스 사이트라고 주장하는 “뉴스2.0(http://www.news2.co.kr)”을 비롯하여, 브레인엔(http://www.brainn.co.kr), 펌핏(http://www.pumfit.com), 다음 블로그 뉴스 등이 있다. 또한 기업회원 중심으로 서비스 중인 리더스초이스(http://leaderschoice.co.kr) 라는 사이트도 존재하지만 아직은 사용자 층이 너무 얇다.
그 외에도 다수의 소셜 뉴스 사이트가 존재하지만, 다른 웹2.0 서비스들에 비해서 국내 소셜 뉴스 서비스는 활성화 되어 있지 못 하다. 이렇게 국내 소셜 뉴스 서비스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에 비해 부진한 모든 국내사업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변명(?)이 시장 규모의 차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소셜 뉴스가 활성화 되지 못한 이유는 시장 규모의 차이와는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소셜 뉴스가 활성화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중 첫 번째 이유는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제한된 움직임이다. 정통부에서 실시한, <2007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의 67%가 뉴스 컨텐츠를 소비하고, 그 중 87%를 포탈에서 소비한다고 한다. 포탈에는 거의 모든 매체의 뉴스가 모아보기 형태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다른 매체로 이동하여 뉴스를 구독하려고 하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미디어 매체의 폐쇄적인 운영 정책이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이유와 관련이 없지 않다. 온라인 신문협회에 따르면, 특정 포털의 뉴스코너 1일 페이지 뷰가 1억 건이 넘는 반면에, 1위 신문사의 온라인 서비스는 천만 건 정도라고 한다. 미디어 매체는 포탈에 컨텐츠를 제공하면서, 포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컨텐츠를 보호하기 여러 가지 장치를 구상하게 되고, 다소 억지스러운 규칙을 정하기도 한다. 다음은 온라인 신문협회 이용규칙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3] 직접링크(딥링크)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법률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에 “협회”는 직접링크에 대한 법적 판단을 한시적으로 유보하고, ①비영리, ②일반 개인 네티즌이라는 조건에 한해, ③한정적 범위에서 직접링크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링크는 저작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아웃링크인데, 저작물의 위치를 누설하면 문제라도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비공개 뉴스를 만들어서 온라인에 올리지 말고 오프라인 지면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인터넷에서 링크가 가지는 기본적인 개념조차 무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 대다수의 소셜 뉴스 서비스가 직접링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국내에서는 저작권에 위배 된다는 것이다. 올 초에 블로거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위자드닷컴과 인터넷한겨레의 RSS 저작권 논쟁도 그들이 얼마나 저작권에 집착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러한 시장환경에서 국내 소셜 뉴스가 자력으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소셜 뉴스 서비스는 설 자리가 없는 것인가? 혹은 필요치 않은가? 소셜 뉴스 서비스가 국내에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서비스이며, 발전 가능성이 있음을 두 개의 시각으로 설명하려 한다.
첫 번째, 뉴스 소비가 포탈에 집중됨에 따라, 뉴스 선별의 분별력이 떨어지고 있다.
온신협에 따르면, 네이버가 80여개, 다음은 75개 매체로부터 기사를 제공 받고 하루 평균 8,000여건 기사를 보도하지만, 속보성과 오락성을 중시해 일간지가 실리는 비율은 10~20%정도이고, 대부분 노컷, 쿠키 뉴스 같은 속보성 매체나 연예뉴스가 배치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언론의 심층 분석 기능은 무시되고, 뉴스의 속보, 흥미, 단발성이 심화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근래 들어 낚시성 제목을 가진 기사가 점점 많아 진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터넷마케팅협회에서 추정하는 2008년 검색광고 시장 규모는 1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검색결과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뉴스 컨텐츠를 좀 더 많이 소비하게 하려면, 포털 입장에서는 당연히 흥미 위주로 분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온신협에서 진정으로 뉴스 기사의 질적인 하락을 걱정하여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포탈에 집중된 수익구조가 배가 아파서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다.
뉴스 소비가 독점적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고, 뉴스의 선별을 사용자 몫으로 돌리는 것이 소셜 뉴스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미디어 매체와 소셜 뉴스 서비스가 손을 잡는 형태를 생각해본다. 소셜 뉴스 서비스의 최종 정보 소비는 결국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이루어 지므로,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것이다. 소셜 뉴스 서비스는 좀더 많은 사용자를 매체로 유도해 주고, 매체는 그들이 좀 더 쉽게 호객행위를 할 수 있도록, 뉴스를 선정하거나 제목을 발췌하는 등의 행위에 API를 제공해 줌으로써, 그들의 영업을 도와야 할 것이다. 해외에는 이미 디그와 미디어 매체가 협조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국에서 그런 모습을 떠오르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는, 소셜 뉴스가 가지는 미디어 재생산의 가치이다.
미디어 재생산이란, 뉴스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소 어려운 기사인 경우 핵심을 짚어주기도 하고, 읽어야 할 방향을 가이드 해주는 것을 말한다. 흔히 뉴스의 코멘트를 네이버 댓글 정도로 생각하지만 (물론 네이버 댓글 중에도 수준 높은 내용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치 있는 코멘트는 뉴스 이상의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 베타서비스를 진행중인 마이크로탑텐(http://www.microtop10.com)이라는 서비스의 경우, 뉴스 발행자가 자신이 추천하는 뉴스에 직접 코멘트를 달아서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발행자의 수준에 따라, 뉴스레터의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이 서비스는 뉴스레터의 성격이 강하지만, 근간은 소셜 뉴스의 미디어 재생산의 가치에 두고 있는 것이다.
국내 블로고스피어에서는 항상 소수 알파 블로거들를 중심으로 트랜드가 만들어져 왔다. 이들은 항상 새로운 최신의 해외 정보와 잘 소화된 개념과 철학으로 무장되어 오피니언 리더 층을 이루거나,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알파 블로거에 대한 관심의 쏠림 현상이 높아져서 그런지, 미디어 재생산의 가치는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 재생산의 가장 기본은 정보의 추출이다. 좋은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터넷에서 검색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좋은 기사를 추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가? 소셜 뉴스가 가지는 가치 중에 하나는 좋은 뉴스의 추출이다. 뉴스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검색엔진만큼 가치 있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사람들이 하루에 뉴스를 보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은 2시간 19분
한국언론재단이 한국갤럽을 통해 수행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뉴스를 보는 데에 하루 평균 122.8분을 쓴다고 한다. 대학을 나온 30대 남성 화이트칼라 직장인일 경우, 이 숫자는 139분으로 늘어난다. 우리가 평균 8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인생 중 10분의 1에 달하는, 무려 7년 8개월이라는 시간을 뉴스 소비에 쓴다는 뜻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뉴스를 소비해야 하는 시대에 살 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좋은 뉴스를 잘 찾아서 구독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한 자기 개발의 능력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소셜 뉴스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 있지 못하다. 그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대형 포탈에 사용자들의 쏠림 현상과 미디어 매체의 이기적인 상업주의의 영향도 적지 않다. 미디어 매체들이 겉으로는 양질의 뉴스 생산을 위해서 저작권의 보호가 중요하다고 말 하지만, 정작 질적인 정보의 생산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정보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여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자들을 육성하고, 기사의 제목은 낚시하기 걸맞고, 심지어는 유명 블로거의 글을 그대로 베껴서(무늬만 인용의 형태로) 기사로 내놓기까지 한다.
이제는 누군가가 좋은 뉴스를 골라주고(Filtering), 요약(Summary)해주고, 논평(Comment)까지 해준다면 뉴스 사용자들은 하루에 뉴스를 보기 위해 소비되는 2시간 19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셜 뉴스 기능을 기존의 질적인 측면에서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미디어 매체나 다양한 매체의 뉴스 정보를 양적인 측면에서 유통하는 포탈에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제 국내에서도 디그와 같은 소셜 뉴스가 빨리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
미디어 매체가 생산을 담당한다면, 소셜 뉴스는 생산물의 분류를 담당한다. 뉴스가 객관화된 설명문이라면 소셜 뉴스는 평론이 들어간 논설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미디어 문화가 뉴스 필터링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가질 때, 소셜 뉴스는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 매체가 좀더 열린 마음으로 웹과 기술에 접근한다면, 소셜 뉴스와 함께 좋은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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