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Time). 2006

from 되새김질/MovieS 2007. 2. 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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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시간 (Time, 2006)
감독 : 김기덕
출연 : 성현아, 하정우, 박지연, 김성민, 서지석

한국영화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의 열세번째 영화 '시간'. 그의 전작들에 비해 확실히 대중에게 조금은 더 다가간 느낌이다. 한동안 조재현과 짝을 이뤄 만들었던 그의 초기 작품들인 '
야생동물 보호구역(Wild Animals)', '(The Isle)' 등에 비하면 한결 더 표현이 부드러워졌다.

그가 보여주는 과감하고 잔혹한 영상들. 그리고 처절하리만큼 밑바닥의 인생살이가 왠지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일지라도 이 영화는 쉽게 볼 수 있을듯. 개인적으로 한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영화보다 더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그의 말과 행동때문에 사람들의 구설수에 많이 오르내린 김기덕 감독이지만 영화속에서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의 말 그대로 '누구나 한명쯤은 이래야 하지않나?'라는 말이 늘 생각난다.

이보다 더 밑바닥이 있을까 싶은 그의 영화속에서 조재현의 모습도 딱 그랬다.

이 영화는 작년 가을 김기덕 감독이 국내에서 20만 관객이 들지 않는다면 더 이상 자신의 영화를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겠다는 - 얼마전에 그 발언을 번복하고 신작 '숨'의 국내개봉을 밝혔지만 - 그의 결심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국내 개봉당시 3만명의 유료 관중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3만명에 고작한 관중에도 불구하고 김기덕 감독은 "시간의 제작사와 배급을 맡은 스폰지가 이윤을 냈다. 또한 당시 나의 입장이 여러 매체에서 실려 내 행동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1000만 관객시대에서 997만의 관객보다 3만관객이 내게는 중요하다"며 "그들을 위해 다시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은퇴를 번복했고 지금 그의 14번째 영화 제작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그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물론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측면에서의 실망감도 없지 않지만, 어디 요즘 사회에 이 만한 번복을 안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이 있던가?

한편으론 그의 복귀에 대해 반박하는 많은 누리꾼들의 글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참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나는 그가 말한 천만 관객 중 997만이 아닌 3만을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근간의 한국처럼 극명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대부분의 기성 영화인들이 흥행대박을 꿈꾸며 투자하고 제작하는 것에 반해 3만의 유료관중으로도 수익이 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이 아닐까? 그리고 분명히 대한민국은 아직도 김기덕 감독이 영화속에서 그려내는 것 만큼 처절한 밑바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나라다.

얼마전 극장에서 본 김아중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가 이 시대에 일반화된 성형수술에 대해 코믹하고 즐겁게 풀어냈다면 이 영화는 같은 소재를 더욱 현실감있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하정우와 성현아가 김기덕 감독의 새로운 파트너로서 미묘한 심리 표현을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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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함께한 연인 세희(박지연 분)와 지우(하정우 분). 세희는 지우의 사랑이 변했다고 느끼고 지우가 다른 여자들과 사소하게 부딪히는 모든 일들이 자신에게 실증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몰아붙인다. 심지어 섹스를 할때 지우에게 본인이 먼저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섹스를 하라고 말하고는 섹스가 끝난 후 그 여자랑 한다고 생각하니 좋으냐고 묻는다. 이런 세희의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에 피곤해 하는 지우. 그러던 어느날 지우의 행동에 상처를 받은 세희는 갑자기 모든 흔적을 지운 채 사라진다. 그녀가 찾아간 곳은 성형외과. 그녀는 전신 성형수술을 통해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지우는 세희와 즐겨 찾던 단골 카페에서 스스로를 '새희(성현아 분)'라고 소개하는 묘한 분위기의 웨이트리스를 만난다. 성형수술을 통해 새희로 다시 태어난 세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지우를 상대로 교묘한 심리전을 벌이며 그를 유혹한다. 그리고....(이후는 직접 보시는게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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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김기덕 감독의 전작들에서 보여지는 잔인한 장면이나 혹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후벼파는듯한 직설적 표현들은 많이 사라졌으니 김기덕 감독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을 잠시 잊어버리고 봐도 될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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