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힘겹게 아시아 최다홈런 신기록을 세우고...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승엽 선수의 행보가 심상치 않네요... 원래 계획대로 메이저리그에 안착할지, 아니면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던 일본을 선택할지...그도 아니면 막대한 돈을 앞세우고 있는 삼성에 잔류할지...
홈런 신기록과 무관하게 올 시즌 초 이승엽은 올 시즌이 끝날무렵..."한국에서는 이룰 것을 모두 이뤘다. 이제 한국에 남을 경우 목표 의식이 없기 때문에 야구하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한이 있더라도 빅리그에 꼭 진출하겠다"고 말했었지요.
그런 그가 미국에 가더니 말이 달라지기 시작해 급기야 일본행까지 고려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LA 다저스가 나를 너무 낮게 평가한다. 그정도 대우(3년간 36억원,300만 달러 추정)에 뭐하러 가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를 듣고 보니 오기가 생겼다.", "메이저리거 꿈을 갖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좋은 대우를 받고 가야겠다"고 합니다.
국민정서상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이 "국민타자"로서 예우에 걸맞지 않은 홀대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 중론일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FA절차를 통해 제대로 메이저리그에 노크하고 있는 첫 선수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좋은 조건을 기준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박찬호 선수가 LA 다저스와 계약한 금액이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계약 가이드가 되었음에는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그 어느곳보다 실력이 우선인 곳입니다. 제 아무리 한국의 국민타자이며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한들...그건 한국무대일뿐이라는 것은 그네들 입장에선 당연한 말입니다. 이승엽 선수에 대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내린 판단을 우리 언론들은 평가절하이니...폄하이니...기본이 안되어있느니 하지만 그게 가장 객관적인 현실이고 그 당시 상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위타자인 일본의 이치로도 처음부터 환대받은 것은 아닙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첫 스프링캠프에서 왜 모든 공을 당겨치느냐는 감독의 지적을 모든 공을 밀어치는 오기와 실력으로 편견을 극복하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조금이라도 일찍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오릭스에서 제시한 3년간 500억원(50억엔)의 돈도 포기했고, 1년뒤로 다가온 FA자격도 포기했습니다. 돈과 명예를 다 버리고 실력으로 극복한 케이스죠. 1995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일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길을 연 노모 히데오도 200만달러의 계약금에 만족했습니다.
이승엽이 처음부터 메이저리그 진출보다는 장종훈선수나 다른 일부 야구계 사람들의 말대로 한국에 계속 남아 한국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역사로서 만족하겠다고 밝혔다면 문제는 달라지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고 내내 그의 꿈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꿈을 위해 1년, 2년 그의 이름이 언론에 덜 오르내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자존심에만 자칫 눈이 멀어 그의 꿈을 접는다면 그건 결국 그의 뒤를 따르는 다른 선수들의 꿈도 꺾이는 일이 되겠지요...
올해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향후 한국프로야구에서 예상보다 오랫동안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것 같아요. 이승엽 선수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개인적인 욕심(사족입니다만, 과거에 일본으로 진출한 모 투수의 경우 사석에서 만나 양국의 환율차이에서 생기는 경제적인 이익을 상당히 강조하더군요-물론 개인에겐 중요한 일이지만요)만이 아닌 것을 알기에, 메이저리그가 한국 프로야구를 더블 A 수준으로 여기는 것에 대한 오기임을 알기에...더욱더 메이저리그에서 실력으로 제 자리를 잡아주길 절실하게 바랍니다.
그가 지금 가는 길이 한국프로야구에 남아있는 선수들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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