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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년 중 가장 부진한 진도를 보이고 있는 올해의 책읽기.

새해 들어 제대로 읽은 책이 시오노 나나미의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뿐일만큼 부진한 진도를 보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8년만에 회사를 옮겼다는 핑계마저도 무색할 만큼 말 그대로 부진하죠. 꾸준하게 Yes24에서 주문한 책들은 바로 책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될 정도로 --;;;

애니웨이..그러던 제가 읽은 두번째 책입니다. 이유는 책이 아주 얇기 때문이죠. ㅋㅋ 핸드북보다 조금 큰 사이즈고 전체 분량도 1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책. 덕분에 몇일만에 쉽사리(?) 읽었습니다.

이은호씨가 쓴 축구의 문화사. 2004년 5월에 초판이 발행된 책이기 때문에 책 속에 소개된 유럽 각국의 축구리그에 대한 내용이 다소 예전 것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있다는 점은 뛰어납니다. 물론 축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들에게는 초보자 수준의 내용들도 적지 않지만요^^

이 책을 읽던 중 저도 새롭게 알게 된 몇가지 사실이 있어 아래 옮깁니다. 워낙 사실 중심의 기술인 책이기 때문에 별도의 감흥보다는 새롭게 얻은 지식을 전달하는게 훨씬 나을 것 같더군요. 이 책을 발행한 살림출판사에서도 지식총서라는 시리즈 중의 하나로 소개를 하고 있구요. 소개드릴 내용은 제목에도 있지만 "더 콥(The Kop)의 탄생"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리버풀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바로 그들의 '노래하는 서포터들'인 더 콥(The Kop) 덕이었다. 더 콥은 리버풀의 관중석에서 따온 이름으로, 그 유래는 리버풀이 1906년 두 번째 리그 우승을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버풀은 리그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윌튼 브랙가(Walton Breck Road)에 자리잡은 골대 뒤에 새로운 관중석을 짓기로 결심했는데 이 관중석이 완성될 무렵 한 기자가 이를 보고 '스피온 콥(Spion Kop)이라고 부른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 이는 바로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보어 전쟁 당시 같은 이름의 언덕에서 전사한 리버풀 출신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한것이었다. 마치 월남전 당시 수많은 미군들이 전사한 고지를 '햄버거힐(Hambuger Hill)'이라고 부른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1960년대부터 이 관중석에서 서포터들이 경기 내내 서서 노래를 부르는 '새로운 문화'가 선보였다. 그간 간헐적으로 몇몇 관중이 경기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있었어도 많은 사람이 함께 서서 그리고 경기 내내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이는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1960년는 브리티시팝(British Pop)이 이제 막 전성기를 맞이하려던 시대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리버풀 출신의 유명한 그룹 비틀즈(The Beatles)가 있었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노래하는 서포터' - 더 콥 - 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더 콥은 경기장에서 비틀즈의 She loves you, Freddie & TheDreamers의 I like it, Gilla Black의 Anyone who had a heart 같은 노래를 부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1963년에는 드디어 그들의 주제가라 할 수 있는 "You'll never walk alone"이 나오게 되었다. 원래 이 노래는 Gerry & The Pacemakers가 같은 해에 발표한 노래였는데 서포터의 정신을 노래하는 듯 한 가사때문에 곧바로 더 콥에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BBC에서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축구장에서 노래하는 문화가 영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는 오늘날 잉글랜드 서포터 문화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게 되었다.

더 콥의 응원을 등에 업은 리버풀의 눈부신 약진 속에 1977년부터 1982뇬까지는 명실상부한 잉글랜드 클럽들의 최고 전성기였다. 리버풀이 챔피언스컵에서 세 차례 우승한 것을 비롯해, 노팅엄 포리스트와 아스톤 빌라가 번갈아 정상에 오르는 등 유럽 내에서 잉글랜드 클럽들의 독주는 계속됐다. 이러한 독주는 영원할 듯 보였다. - 이하 생략 -

이 책에서는 축구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유럽 4대 리그의 역사에 대한 소개를 비롯해 유럽축구의 재미거리인 라이벌 팀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스코틀랜드 리그의 앙숙인 레이전스와 셀틱. 그리고 북런던더비로 맞서는 아스날과 토트넘, 이탈리아의 오랜 앙숙인 AC 밀란과 인테르밀란 마지막으로 프랑스리그의 라이벌인 올림피크 마르세유와 파리 생제르망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죠. 토트넘이 소개되는 부분에서는 토트넘에 왜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리본을 오늘날까지 전통적으로 가지고 오고 있는지 그 시초에 대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축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보세요. 재미있고 쉽게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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