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모든 경기가 TV로 생중계되는 미국프로미식축구(NFL)에서 최근 특정 지역팬들이 '인위적인 이유로' 연고팀의 경기를 시청하지 못하게 돼 화제다.

NFL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바펄로 빌스가 잭슨빌 재규어스와 치르는 27일 홈경기의 TV 중계를 바펄로 인근 지역에 허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유는 단 하나. 입장 티켓이 7000장 가량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기장을 찾지 않는 바펄로 팬들은 빌스 경기 대신 전혀 관계 없는 피츠버그와 볼티모어 경기를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NFL은 보통 경기 시작 시간 72시간 전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그때까지 티켓이 완전 매진되지 않을 경우 이른바 'TV 블랙 아웃' 정책을 실행에 옮긴다. 이 경우 경기장 반경 75마일 이내의 지역에서는 연고팀 경기를 TV로 볼 수 없다. 이번 바펄로의 경우 추수감사절 연휴로 인해 72시간 데드라인이 48시간 데드라인으로 늦춰졌다.

NFL의 블랙아웃 정책은 역사가 깊다. 1973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단적으로 표현하면 "경기를 즐기고 싶으면 경기장을 찾으라"는 것이다. 우선 돈을 내고 경기장에 입장해서 홈팀을 응원하라는 것이다. 완전 매진이 된 뒤 티켓을 미처 구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서만 TV를 통해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팬들로서는 너나 할 것 없이 경기 티켓을 예매해야 TV로라도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일심동체'가 돼야 모두가 행복하게 풋볼을 즐길 수 있다. 정규시즌 팀당 홈 경기가 8게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한 일종의 '팬 협박 마케팅'인 셈이다.

뉴욕 같은 대도시의 경우 연고팀 자이언츠 경기 티켓을 구하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수 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NFL은 높은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규모가 다소 작은 도시 연고팀의 경우 이번처럼 경기가 매진되지 않는 돌발사태도 가끔씩 발생하는데 그럴 때면 지역의 풋볼팬 전체가 모두 해당 경기를 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바펄로의 경우 블랙아웃 정책의 '희생양'이 된 건 최근 25년간 이번이 2번째다. 지난 2004년 10월 31일 애리조나와 홈경기 때도 티켓이 다 팔리지 않아 TV 중계가 금지된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팬들로 하여금 경기장을 의무적으로 찾도록 압력을 가하는 제도로 보이지만 NFL이 '꽉 막힌' 조직만은 아니다. 여러 상황을 감안해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인기도가 다소 떨어지는 구단, 평균입장객이 다른 구단에 비해 처지는 구단의 홈경기에는 이 제도를 유보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홈구장 슈퍼돔이 파손돼 타 도시를 전전해야 했던 뉴올리언스 세인츠 역시 블랙아웃 제도에서 제외됐다. 홈구장 없이 타 도시를 떠도는 탓에 만원 관중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배려가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슈퍼돔 보수가 끝나고 뉴올리언스가 고향으로 돌아온 올해 NFL은 올해 32개 구단 전구단에 대해 블랙아웃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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