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동안 두산 베어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해온 박명환이 지난 주에 서울 라이벌팀인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FA 자격을 획득했으니 여건이 더 좋은 팀으로 옮기는 것은 자명한 사실. 돈보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선수들의 모습을 우리는 보기 힘들다. MLB에서도 보기 쉬운 장면은 아니지만 두산의 팬으로서 조금은 더 머물러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뭐 지금까지 그렇게 버텨온 두산이니까 앞으로도 잘 하리라는 믿음은 있다. 누구처럼 돈 펑펑쓰며 야구하지 못하는 구단과 선수들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두산이기에...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출처 :
http://www.doosanbears.com/

아래는 박명환 선수가 두산 홈페이지에 팬들에게 남긴 글 전문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명환입니다.

11년동안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팬 여러분께 이렇게 글을 올리는건 처음이네요

떠나게 된 마당에 이런글을 올려도 될지 몰라 고민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봅니다. 제가 이런데 익숙하지가 않아 어떤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올시즌을 마친뒤 일본 무대에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꼭 한번 새로운 무대서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그렇게 될줄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요. 결국 뜻을 접었고, 일본 진출이 자절된 뒤, 처음엔 당연히 두산에 남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계약기간과 금액을 낮추겠다는 기사도 그렇고, 연락오는 구단도 없어 가족과 저는 너무나도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건 두산이 아닌 엘지였습니다. 아쉽게도 두산은 제게 적극적이지 않았고, 엘지에서 보다 더 저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깊은 얘기까진 못하겠지만 저로썬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저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팬 여러분께는 정말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13일 엘지와 계약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기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두산유니폼을 입고 2001년도 우승했을 당시가 제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고 기억에 남습니다. 저로선 정말 갚진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뒤 OB 유니폼을 처음 입었을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부모님도 무척 좋아하셨고요. 신인시절, 처음르로 데뷔전을 치뤘던 순간도 떠올랐습니다. 저를 오랫동안 키워주신 김인식 감독님, 김경문 감독님과 여러 코치님들, 또 현재의 동료뿐만 아니라 옛선배님들과의 많은 추억들도 떠올랐습니다. 한동안 부상으로 재활을 해야만 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때론 힘들고 괴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11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순간을 되돌아보며 두산팬들이 있었으므로 '그래도 난 참 행복한 놈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팬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 뿐아니라 두산 동료들도 우리 팬들의 사랑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을겁니다. 잠실구장에서 제 이름을 힘껏 외쳐주시며 힘을 주시던 팬 여러분의 사랑, 결코 잊을수 없을껍니다.

이제 저는 엘지선수가 됐지만 두산팬 여러분들을의 사랑은 영원히 잊지 못할겁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추운겨울,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좀 이른감이 있지만 뜻깊은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운동 열심히 해서 내년시즌 더 좋은 모습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 12.16. 박명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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