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는 왜 그렇게 볼 것이 없는지, 오래된 드라마와 콘서트를 살펴보다가 나훈아를 발견했습니다. “언젯적 나훈아야, 그런데 아직도 굉장히 젊네~~” 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점점 그의 공연에 빨려들어갔습니다. 일단 노래를 굉장히 잘합니다. 별다른 코멘트도 없이 십 여곡의 노래를 불러제낍니다. 초대손님 하나없이 두 시간을 노래하고도 지친 표정하나 없습니다. 자기 공연에 열의를 다하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장면마다 볼 거리를 넣어, 노래말고도 여간 신경쓴 것이 아닙니다. 말을 타고 등장하는가하면, 전통가요를 바이올린, 하모니카, 해금처럼 다양한 악기와 맞춰보기도 합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거대한 거북선을 타고 관객석을 가르는 그의 모습은, 가객을 넘어 장수를 넘어, 왕에 가까웠습니다. 구성진 노래와 유머와 에너지를 가지고, 그는 수만의 관객을 쥐락펴락했습니다. 그의 무대에서 그는 왕이었습니다.
과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나훈아는, 그의 공연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만치않은 자기관리 방식이, 고구마를 캘 때처럼 줄줄이 따라나왔습니다. 나훈아는 40년간, 200여장의 앨범에 2600곡을 발표한 거목입니다. 그 중에 800여곡을 직접 작사작곡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공연위주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언론과의 인터뷰나 방송횟수를 줄이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스타는 완전히 갖추어진 모습이 아니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대중적인 자리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기위해, 동양화를 그리고 AFKN에서 영어공부를 하며, 붓글씨를 씁니다. 어쩌다 호텔에 묵게 되면 반드시 최고급 방에 묵으면서, 최고의 팁을 뿌리곤 한답니다. 자신이 대한민국 최고가수답게 처신을 해야 후배들이 대접을 받는다는 소신이랍니다. 외부에 최대한 노출을 않는 대신, 내가 보고 싶으면 공연에 와라, 그의 전략은 주효해서 연 50회가 넘는 크고 작은 그의 공연은 예매율 1위입니다.
그는 공연의 음향, 조명, 특수효과까지 직접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최고가 아니면 보여주지 않는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는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지요. 수많은 스타가 명멸하고, 프로덕션의 상업논리가 판치는 대중예술계에서 그처럼 오래, 그처럼 단호하게 자기 결정권을 관철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철저한 자기관리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훈아는 대중을 유혹합니다. 3개나 되는 그의 팬클럽 사이트에는 2,30명의 팬들이 접속하고 있었습니다. 소박하다못해 촌스럽기까지 하던 젊은 시절보다 지금의 나훈아는 훨씬 멋있습니다. 희어진 머리를 길러 질끈 묶고, 민소매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나훈아는, 환갑의 나이에 섹시합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나훈아에 대해 위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우리 세대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가수. 어머니·아버지에게는 누가 뭐래도 빠지지 않는 제일의 가수.
요즘의 가수들과 달리 - 물론 모든 가수가 그러하진 않지만 - 조용필이나 나훈아 같은 가수는 자신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대단한 사람들 같다. 위의 글에도 있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무대에 서고 스타는 완전히 갖추어진 상태가 아니라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그의 소신이 아름답다.
언제부턴가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가 가수생활의 피크로 변해버린 요즘의 음악문화. 그룹으로 떼지어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아이돌 스타들은 20대 중반이후에는 저마다 다들 다른 일로 바쁘다. 연기자가 되기도 하고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변신하기도 한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가수가 가수다워야 가수지~'라는 말이 머리속에 멤도는 것은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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