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블러드 다이아몬드 (Blood Diamond, 2007)
감독 : 에드워드 즈윅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디지몬 혼수, 제니퍼 코넬리
1986년 작품인 어젯밤에 생긴 일(About Last Night...)로 감독으로 데뷔해 2003년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에서 각본과 감독을 맡으며 할리우드에서 정상급의 감독 반열에 오른 에드워드 즈윅. 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코넬리와 함께 3년만에 돌아온 영화가 바로 '블러드 다이아몬드'다. 개인적으로 데비 무어의 청순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영화 '어제밤에 생긴 일'을 무척 좋아하는 바 - 지금은 DVD던 비디오테잎이던 혹은 P2P에서마저 찾아보기 힘든 영화 - 이 영화에서 에드워드 즈윅의 이름을 다시 볼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던 영화.
한동안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운 가벼운 애정 영화에 전념하던 즈윅이 2001년 아이 엠 샘(I Am Sam)을 제작하면서 진지해지기 시작하더니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에선 국경을 초월해 심각해지고, 이번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보석 '다이아몬드'가 가지는 심각한 의미를 건드리고 있다.
"Sierra Leone, 1999. Civil War rages for control of the diamond field. Thousand have died and million have become refuges. None of Whom has ever seen a diamond."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실제 세계 최고 품질의 다이아몬드 생산지로 1991년부터 11년 동안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려는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처절한 살육전이 펼쳐진 현장이 바로 시에라 리온이다. 시에라 리온에서의 내전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둘러싼 사실을 토대로 영화가 제작된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픽션에 기대 세상을 비난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감독은 잊지 않았다.
시에라 리온은 1787년 영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만든 국가로 1961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뒤 군사쿠데타와 반(反) 쿠데타가 반복돼 왔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다이아몬드와 보크사이트, 철광석 등 천연자원 매장량이 많아 잠재력은 풍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물 수출에 따른 부(富)가 몇몇 정부관료들에 의해 독점되는 등 부패가 극심해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됐었다.
독립 이후 40년이 채 안 되는 세월 동안 5차례의 군사쿠데타를 겪으면서도 이 같은 부정부패의 고리가 끊기지 않자 91년 군장교 출신인 포다이 산코가 이웃 라이베리아의 지원 아래 부정부패 일소를 주장하며 혁명연합전선(RUF)을 결성하고 정권 축출을 시도하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그 후 96년 평화협정을 체결, 처음으로 직접선거에 의한 민간정부가 탄생했으나 97년 RUF 반군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카바 대통령정부를 전복시켰다. 그러나 이어 이웃 나이지리아 주도의 서아프리카 평화군(ECOMOG)이 무력개입, 카바정권을 복귀시킨 뒤 내전이 재개됐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후 99년 7월 RUF반군의 잔혹행위에 대한 사면과 반군 지도자들의 입각을 조건으로 평화협상이 체결됐으나 무장해제를 둘러싸고 충돌이 계속돼 평화협정은 사실상 문서상으로 그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한 영화이니 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내전으로 어린 아이들까지 총을 들고 싸우는 환경. 그 환경속에서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밀매상과 반군 그리고 다이아몬드보다 가족이 더 소중한 사람들간의 갈등이 영화속에서 극명하게 보여진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말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이는 시에라 리온에서 채굴되고 있는 다이아몬드가 지닌 어두운 면을 함축시킨 의미를 담고 있다. 분쟁지역에서 채굴되는 다이아몬드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하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전쟁 중에 불법으로 채굴되어 밀수되는 다이아몬드를 지칭한다. 이런 다이아몬드로 인해 반군은 더 많은 무기를 사들일 수 있고 결국 전쟁은 늘어나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은 죽어가고 국가는 점차 피페해진다. 이렇게 거래되는 다이아몬드는 국제 시장에서는 극히 작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그 시장 규모는 작지않다. 따라서 극히 일부 수익으로도 엄청난 양의 무기들을 사들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여러 NGO기관이 이렇게 무기구입에 쓰이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대중의 자각을 일깨우기 위해 이름을 지었고, 이것을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에서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극중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은 역활은 무기와 다이아몬드를 밀거래하는 대니 아처. 시에라 리온의 혼란스러운 내전속에서 짐바브웨 용병 출신인 아처는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기 위해 다이아몬드에 집착한다. 그에게 다이아몬드는 마지막 밀거래를 마치고 아프리카를 떠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원천. 그에 반해 제일 처음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어부인 솔로몬 밴디(디지몬 혼수 분)에게 다이아몬드는 아들을 되찾고 내전으로 헤어진 가족을 다시 한 곳으로 모을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두 남자의 다이아몬드 찾기를 통해 드러나는 극명한 도덕적 갈등이 영화의 중반까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에드워드 즈윅이 이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가장 큰 도움을 구한 사람은 소리우스 사무라였다. 시무라는 시에라리온 내전과 관련된 <울부짖는 프리타운>이라는 다큐멘터리의 제작자. 그는 기자들이 본국으로 몸을 피하기 바쁘고 전세계가 무슨 일이 자행되고 있는지 애써 외면하던 당시, 시에라리온에 머물면서 실상을 촬영한 사람이었다. 그는 시에라 리온에 대한 이 영화가 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영화가 가진 허구성의 범위 안에서라도 시에라 리온의 내전에서 무엇이 잘못 됐는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못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때문에 영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런 그의 노력떄문인지 영화는 참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허구의 드라마를 만들되, 사실 자체에 대한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면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제작비 또한 만만치 않다. 총 1억불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으며 위에서 말한것과 같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에서 거의 모든 촬영이 이루어졌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계속 꽃미남일것만 같던 그는 영화가 바뀔때마다 연기력이 업그레이드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가 출연했던 최근 세 작품 <캐치 미 이프 유 캔>, <에비에이터>, <디파티드>가 모두 1억불 이상을 벌어들이는 히트 행진을 이어가면서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슈퍼스타로서 입지를 이어가고 있다. 디카프리오의 영화속 파트너로 등장하는 제니퍼 코넬리(좌측 사진)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다이아몬드 하나 혹은 전체를 둘러싼 등장인물들과 여러가지 조직 혹은 국가들의 서로 다른 생각들이 존재하고 영화속 주인공들의 서로 달랐던 입장이 하나의 생각으로 모아지면서 밴디의 연설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리고는 "2003년 1월, 세계 40개국이 불법적인 다이아몬드 유통을 방지하는 <킴벌리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불법적인 다이아몬드는 전세계에 있는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구매때문에 계속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시에라 리온에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자막으로 여운을 달랜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전세계다이아몬드증권거래협회(WFDB : World Federation of Diamond Bourses)"라는 조직의 사뮤엘 슈니처 회장은 개봉 전부터 이 영화가 과거 한때 있었던 다이아몬드 산업의 불의를 다루고 있다며 영화중단을 강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가만히 있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자승자박의 멘트가 아닐 수 없다.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의 반응은 호평과 혹평으로 나뉘어졌는데, 전자쪽의 반응이 숫적으로 우세하였다. 우선 호감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시카고 선타임즈의 리차드 뢰퍼는 "이 영화는 엄청나게 잘 조화된 대혼란과 같은 작품."이라고 별 넷 만점을 부여했고, 토론토 글로브 앤 메일의 리암 레이시는 "당신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자신이 10대 신동배우였을 때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고 그의 연기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으며,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이 총알열차 속도의 스릴러물은 시각적인 화려함과 도발적인 주제를 동시에 가졌다."고 흥분했다. 반면, 이 영화에 반감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뉴욕 포스트의 카일 스미스는 "액션과 메시지가 서로를 상쇄시켜버렸다."고 고개를 저었고, 할리우드 리포터의 쉐리 린든 역시 "이 영화에서 액션 어드벤쳐와 사회적 메시지는 결코 잘 융화되지 못했다...교육과 오락을 동시에 추구하는 영화들의 어색함을 극복하지 못한 영화."라고 불평했으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믹 라살레는 "뇌를 튀기는 듯한 지루함...관객들은 (제작진이) 의도한 여러가지 요소 - 예를 들면 코넬리가 제작진의 양심을 대변한다던지 하는 - 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 것."이라고 빈정거렸다. (장재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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