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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드루수스 네로 게르마니쿠스다. 독자들은 부디 내 긴 이름에 처음부터 질리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하는 영국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역사소설.

원제는 왼쪽의 사진 속에도 적혀있지만 'I, Claudius. Claudius, The God' 원 제목과 해석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가 로마황제임은 틀림이 없는 사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전집을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소설의 주인공이 클라우디우스라는 이유만으로 Yes24에서 서핑중에 무작정 선택한 책이다. 이제 고작 3권 중 제일 첫 번째 권을 읽었지만 뒤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 같은 느낌이다.

위에서 인용한 소설의 시작에서 이미 느끼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클라우디우스 본인의 1인칭 시점으로 모든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이 소설을 두고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분명 소설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사실도 바꾸지 않았다. 다만 역사의 장막을 들췄을 뿐이다'라며 극찬을 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까지 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 변역되어 소설이 출간되었지만 저자인 로버트 그레이브스가 이 소설을 쓴 것은 1934년. 무려 7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책이 최근에야 국내에서 출간된 것이다.

클라우디우스는 로마의 초대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손자로서 말더듬이에 절름발이였다. 그는 로마 제국이 카이사르의 집권을 기점으로 아우구스투스가 권력을 승계하고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혼란의 시기에 살았던 황실의 인물이다. 더군다나 1권에 묘사된 그의 할머니 리비아는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보다 훨씬 더 사악하고 권력의 장악을 위해서는 근친을 독살하는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여인이다. 클라우디우스의 아버지인 드루수스는 공화정을 주장하는 인물이었기에 어머니에 의해 독살된 것이다.

이런 시기에 리비아의 꼭두각시로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티베리우스 - 클라우디우스의 백부 - 와 3대 황제 칼리굴라 - 클라우디우스의 조카. 형인 게르마니쿠스의 세번째 아들 - 의 뒤를 이어 황위에 오르기까지 클라우디우스가 살아온 시간이 50년. 1권의 주요 내용은 티베리우스가 제국을 다스리는 중반기 정도(?)까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2권은 아마도 치세 말기의 티베리우스와 미치광이 황제인 칼리굴라 아래에서 역시 바보로서 시간을 보내는 그의 모습과 그가 바라본 로마 제국 상층부의 다양한 인물상들이 전개될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로마제국에 대한 개괄서라면 - 그럼에도 불구하고 15권이나 출간되었지만 - 이 책은 아주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나 원로원이 이끌어가던 공화정에서 황제가 중심이 되는 제정으로 변화하던 시기에 온갖 음모속에서도 살아남은 클라우디우스의 모습이 오늘날 치열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을 앞에 두고 사람들이 벌이는 추악한 다툼에는 변함이 없지만, 오늘날처럼 여론조작과 밀실흥정으로 소수와 약자만을 불행하게 만들기보다는 클라우디우스가 살았던 그 시기에 사람들의 모습이 훨씬 더 솔직하고 인간적이기에 사람들은 이 소설을 보는 것이 아닐까?

근친간에 독살이 난무하고 모함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환경속에서 황제나 리비아에게 아부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속에서 클라우디우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바보라고 생각했기에 견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로마제국 초기를 굳건하게 만든 최고의 황제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우구스투스가 비록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지만 그는 제정의 창시자이면서도 공화정이 가진 이점과 이상을 버리지 못한채 죽어간 인물이다. 원로원에서의 연설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통치는 한시적인 것이며 로마 사회가 안정화되면 곧 공화정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아우구스투스다. 하지만, 그의 부인이자 티베리우스를 꼭두각시 황제로 세운 리비아는 공화정으로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는 인물. 제정이냐? 공화정이냐? 라는 것이 확실하지 않는 과도기에 초기 공화정의 이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제정의 기초를 다진 사람이 바로 클라우디우스 황제인 것이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소설속에 주로 묘사되는 50년의 시간동안 그가 바보로서 살아가면서 누구보다 더 오래 고민하고 로마의 역사에 대해 깊은 고민과 연구를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1권에서는 주로 그의 윗대들의 이야기들이 주된 것이였지만 2권은 그와 동세대 혹은 아래세대가 권력의 중심에 있는 시절의 이이기들이 될 것. 그 속에서 클라우디우스는 또 어떤 고민과 모습을 보이며 살아남았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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