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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선배를 따라 인천 유나이티드의 기자회견 장에 다녀왔다.
기자회견의 골자는 창단 3년만에 흑자구단이 되었다는 것과
장외룡 감독이 3년 재계약을 함과 동시인 내년 영국 프리미어리그로 1년간 유학을 떠난다는 것.

그런 요구를 한 감독도 놀랍지만 요구한다고 또 들어준 구단도 용하다.
이면에 무슨 계약이 있는거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한국축구계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인 조치다.

안종복 단장의 말처럼 쫓기듯이 감독자리에서 물러나
사비를 털어 외국 유학을 가던 것과는 차원이 틀린
인천 유나이티드의 장기 비전과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다.

지금도 기러기 아빠지만 기러기 걸이가 더 멀어지겠다면서
식사중에 웃음을 짓는 장외룡 감독의 모습에서 유학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이 엿보였다.

기자회견 질의 응답중에 누군가가 물었다.
장외룡 감독이 없는 내년 시즌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고...
그리고 유학을 떠나는 장외룡 감독의 심정은 어떠한지...

첫번째 질문에 대해 안종복 단장은 장외룡 감독이 없다고 해서
인천의 성적이 급격히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며
또 그런 성적에 대해 언론이나 팬들이 일희일비만 하지 않으면
그를 유학중에 불러들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외룡 감독이 빨리 보고 싶으면 언론이 성적부진에 대한 기사를 마구 써주고
팬들이 빗발친 항의를 하면 된다면서 웃었다.

장외룡 감독은 유학에 대해 조치해준 구단에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자신이 지난 2년간 한 일은 자기 방문을 항상 열어두고
어느 누구던 자유롭게 들어와서 대화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 것 뿐이라고 했다.
오히려 지난 2년간 인천의 성적은 저기 뒤에 있는(기자회견장 구석에 있던)
코칭스테프와 임중용 선수같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것인데...
자기는 감독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저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1년의 재충전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워오겠다고...

그의 말 그대로일거다.
그가 한 것은 그저 감독실의 문을 열어둔 것일 뿐일수도 있다.
하지만 오픈 마인드를 가진 그에게 선수들도 코칭스테프로 진심으로 다가갔기에
시민구단의 열악한 환경에서 이루기 힘든 성적을 올렸나보다.

또 임기중에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감독이나
선뜻 그러라고 하는 단장이나 안상수 인천 시장도
역시 믿음이라는 것이 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을 것이다.

한국 프로축구와 같은 토양에서 인천처럼 시민구단에 성장하기란 정말 어렵다.
대기업이 1년에 몇십억씩의 적자를 보면서 운영하는 프로축구단을
3년만에 흑자로 만든 수완도 놀랍지만(그 내막이 건전하지 않더라도)
현직 감독을 임기중에 유학보내는 결단을 하는 인천구단을 보면
어둠속에 작은 빛이 보이는 느낌이다.

오랫만에 나간 취재현장이 오늘 그것도 인천이여서 참 다행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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