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애스턴빌라의 FA컵 64강전.
박지성이 선발 출장한 맨유는 후반 인저리 타임에 숄샤르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힘겹게 승리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부상에서 복귀후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장시간도 점차 길어지며 팀의 스쿼이드 로테이션 시스템에 적응하는 모습.

지난 시즌 퍼거슨 감독으로 부터 볼을 잡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움직임이 리그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지성에게 많은 국내 팬들은 이제 공을 잡고도 리그 최고의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보인다.

축구라는 경기는 90분동안 한두골을 위해 필사적인 움직임이 이어지는 종목이다.
투수 놀음이라는 야구처럼 한 경기에 수 많은 득점기회가 생기지도 않고...
농구나 배구처럼 1분에 몇 점씩 올라가는 스포츠도 아니다.
90분이 넘는 시간동안 양팀 11명씩 22명이 어떻게 보면 골을 넣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는 종목이다.
그러기에 골이 언제들어갈지도 알수없다.
지리한 일진인퇴에 질려 잠시 채널을 오락 프로그램으로 돌렸다가 되돌아오면,
어느새 한 골이 들어가버리는 묘한 머피의 법칙을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때문에 축구는 '위협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선수의 존재감은 더 크다.
확실한 4번타자나 한 경기에 30득점 이상하는 슈터의 존재만큼...
골을 넣지는 못하더라도 상대팀에게 '위협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면
쉽게 기회가 생기지도 않고 또 골로 연결되지도 못한다.

박지성의 경쟁자(?)이자 최근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경우
한 경기에서 공을 혼자 가지고 노는 모습이 여지없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비판보다는 박수를 보내는 것은
훌륭한 개인기와 기회가 왔을때 보여주는 위협적인 슈팅 능력이다.

어제 경기에서 박지성은 더 '위협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키워야 할 능력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팬들에게 보여줬다.
94년 미국 월드컵 볼리비아 전에서 황선홍이 5~6차례의 기회를 뻥슛으로 날렸던 모습.
어제 박지성의 모습에서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면 너무 빠른 걱정일까?

주어진 기회에 상대 수비진과 골키퍼를 긴장시킬만큼 정확한 슈팅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 슛이 꼭 골로 연결되지 않아도 된다. 골을 무조건 많이 넣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 슛이 상대방 수비에 맞고 골라인 아웃이 되던
혹은 골포스트에 맞고 튀어 나오던
혹은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던...유효한 슛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박지성이 주어진 기회에 정확한 슛을 날리지 못한다면
우리가 흔히 농구에서 미들슛이 잘 들어가지 않는 선수를 마크하지 않고 에이스를 더블팀 하듯이...
박지성은 상대편 수비수들에게 일정 거리에서는 그냥 둬도 되는 선수가 되어버린다.

그 말은 곧 호날두나 루니에 대한 더블팀을 의미하고
그만큼 골을 위한 기회를 만들기 힘들어진다는 사실로 이어진다.
좌우를 오가며 쉴새없이 체력을 앞세워 경기장을 장악하는 능력도 좋지만
상대방에게 "이 녀석은 언제 정확하게 슛을 할지 모르는 놈이야"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제 맨유 경기는 어딘지 모르게 다들 분주한 느낌이었다.
컨디션이 최고조였던 호날두도...루니도...조금은 덜 위협적인 경기였다.
다행히 라르손과 숄샤르의 활약으로 이겼지만 퍼거슨으로는 조금 걱정되는 경기였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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