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블로거인 이규영씨가 2006년 7월 9일 본인 블로그에 게재한 글입니다.
업무상 참조때문에 퍼왔습니다.(번번이 이규영씨 블로그 들어가서 찾기가 좀 힘들어서...)
이규영씨의 너그로운 양해 바랍니다.
출처 : http://leegy.egloos.com/pg/egloo.asp?eid=c0000487&iid=&acv=&dif=&opt=2&srl=2225869&dte=2006%2D07%2D10+19%3A37%3A31%2E000


최근에 내 블로그의 방문객 수를 조회해보면 평상시에 들어오는 평균 방문객 수보다 수천명이나 더 높게 기록되는 날이 종종 생기고 있는데, 그게 다 일간스포츠의 '블로그플러스' 서비스 때문인걸로 안다. 일간스포츠 온라인 사이트에 있는 블로그플러스 코너 메인화면에 내 포스팅이 운좋게 소개되는 날이면 그날 수천명의 방문객들이 링크를 타고 내 블로그로 우루루 몰려온다. 그래서 이제는 전날의 방문객수만 조회해 보아도 일간스포츠에서 내 포스팅을 메인에 올렸었는지 아닌지까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블로그플러스 서비스에 가입한 것은 몇달전에 그곳의 기자들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 이글루스 안의 수백명의 블로거들이 그런 비슷한 제안을 받았을 것이다. 즉 제안내용은 이렇다. 중앙일보 산하의 JES라는 신설된 부서에서 5월 1일부터 메타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일간스포츠 온라인 사이트에 각 블로그들의 글을 링크 방식으로 나열하여 소개하는 동시에, 나아가서 블로거들의 글들을 중앙일보 산하의 여러 언론매체(중앙일보, 일간스포츠, 여성중앙, 무비위크, 프라이데이, 쎄씨...)의 지면에 정식기사로 실릴 수 있도록 가운데서 중계하겠다는 것이다. 즉 블로그플러스(이하 블플로 부르겠다)에서 시도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기존의 올블로그나 블로그 코리아, 미디어몹처럼 메타 블로그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며, 둘째는 블로거의 글들이 여러 신문잡지들에 지면기사로 실릴 수 있도록 중계하겠다는 것이다. 첫번째 서비스는 이미 다른 업체에서 선발주자로 크게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에 제 아무리 중앙일보라고 해도 그들보다 나은 서비스를 보여주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블플 사이트가 정식 오픈한지 두달이 되어가지만 블로거들 사이에서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가봐도 알겠지만 올블로그나 미디어몹의 깔끔한 디자인과 정렬방식에 비하면 어딘가모르게 복잡하고 불편해 보이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앙일보에서 과감하게 블로그 서비스를 밀어부치는 진짜 이유는 바로 두번째 서비스에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블로거들의 글을 중앙일보 산하 매체들의 지면기사로 활용하기 위함이 진짜 목적이리라. 왜 그들은 블로그들의 글에 주목하게 된걸까.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요즘 언론사들이 재정난에 어려워하고 있으며, 예전처럼 많은 기자들과 필진들을 고용해서 매체를 발행하기에 수익구조가 안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컨텐츠를 보장받기위한 소스의 바다로서 블로거들의 세계는 그들에게 군침도는 먹잇감이 되고 있다. 두번째 이유로는 요즘 갈수록 젊은 세대들이 직접 돈을 주고 종이로 된 잡지나 신문을 사서 읽기 보다는, 인터넷 온라인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의 뉴스 코너를 통해 기사들을 접하기 때문에 이제는 중앙일보 같은 보수언론사도 네티즌들과 보다 가깝게 어울리는 일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일간스포츠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요즘 누가 돈을 주고 가판대에서 일간스포츠를 사보는가. 우리는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무수한 속보들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여하튼, 5월 1일 블로그플러스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많은 블로거들이 가입하였다. 그러나 블플팀에서 공언하던 두번째 서비스, 즉 블로거의 글을 오프라인 지면기사로 연계해주는 서비스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두달 가량을 미루어오던 블플팀은 드디어 지면기사로의 첫번째 진출을 계획중이다. 그것이 바로 다음주에 창간된다는 '블로그 플러스 매거진' 즉 줄여서 '블플진'이다. 아직 '블플진'은 완전히 독립된 상태로 발행은 되지않고, 일주일에 한번씩 시중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일간스포츠 지면에 4면 정도를 할당받아서 시범적으로 발행된다고 한다. 다음주 수요일쯤 창간호가 발행되고,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아마 가까운 시일안에 독립된 잡지로 발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것은 블플팀이 블로거와 지면매체를 연계하는 첫번째 시도가 될 것이며, 처음이니만큼 많은 고민과 회의를 통해서 준비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블플 서비스에 대해 처음 전해들었던 몇달 전부터, 과연 블로거의 글들을 지면기사로 활용하는 방식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있었다. 왜냐면 블로그에 올라온 글과 언론매체에 올라오는 기사문은 분명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 그렇게 쉽게 건너뛸 수 있는 경계라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플팀이 바보가 아닌이상 자기들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접한 블플진의 소식은 내가 우려했던 점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었다.

자, 아래 자료를 보자. 이 자료는 다음주 창간되는 블플진의 샘플기사라고 한다. 실제로는 저 기사가 나갈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연습삼아 만들어 본 것이라면서 나에게 보내줬다.
이미 저 샘플기사만으로 블플진의 여러가지 모순들을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일단 내 글의 원문이 편집진에 의해서 일부분이 수정이 됐다. 수정을 가할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블로거의 허락없이 편집진이 남의 글을 함부로 수정한다는 자체가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내 글에 첨부해서 올려졌던 이미지 사진들, 동영상 파일들, 뉴스기사 링크들이 모두 사라졌다. 왜냐면 지면 신문에서는 HTML 언어로 표현 가능한 인터넷만의 다채로운 기법들이 그대로 재현될 수가 없기 때문에 오로지 문자 텍스트만 복사해서 붙여놨기 때문이다. 저 샘플에 실린 '시청녀' 포스팅을 이미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 포스팅의 핵심은 그녀들이 시청녀로 불리기 직전 스포츠 신문과 가졌던 인터뷰 기사와 그녀들의 의혹을 고발하는 네티즌들이 찍은 사진들, 그리고 비밀리에 숨겨진 동영상 파일등에 있는데, 그 세 가지를 모두 지면에서는 생략해 버렸으니 원문이 가지고있던 실제 내용중에 중요한 알맹이는 모두 빠트린 꼴이 되고 말았다. 저런 껍데기만 남은 글을 소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블로그의 글을 지면에 그대로 옮겨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이런 점에서 오류를 낳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저런 대폭적인 수정을 가하려면 글을 쓴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신속한 속보성을 중시하는 블로그 세계에서 과연 그렇게 원작자와 편집과정을 토의할만한 시간이나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블로그에 올리는 포스팅은 신문에 송고하는 기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요즘 다음 미디어에서 '블로그 기자단'이라는 것도 운영하는 것을 포함해서 블로거와 기자들 사이의 벽을 허무는데 열심히 노력중인 미디어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확실히 해야 할 점은 그래도 블로그와 신문잡지는 성격 자체가 아주 다르다는 점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얼마전 블로거들 사이에서 '맥도날드 가격할인의 비밀'에 대해서 쓴 포스팅이 화제가 된 바 있었다. 즉 최근에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이 할인된 것은 다름아닌 그 고기재료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면서 소비자들은 이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고발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 블로거가 오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날 그 블로거는 창피한지 자기가 쓴 포스팅을 삭제해 버렸고, 많은 블로거들에게 비난을 받았었다. 지금 그 사건을 기억하는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 일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흔하게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포스팅이 일간스포츠 지면에 소개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게 쉽게 넘어갈만한 일이 될까? 맥도날드 한국지사 직원들이 아침에 일간스포츠를 펼쳐보다가 그 기사를 봤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으며, 법적인 고발문제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기사가 고발을 당하면 누가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일까? 1차적인 책임은 일간스포츠가 아니라, 그 글을 작성한 기자, 즉 블로거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저 샘플에 있는 시청녀 기사를 보라. 나는 시청녀가 기획사의 작품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는 글을 쓴 것인데, 벼래별 억측과 소문이 오가는 인터넷 공간에서 저 정도의 주장은 그다지 과감한 발언에 속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저런 글이 지면기사로 나갔을 경우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즉, 시청녀 측에서 기사를 보고 자신들을 증거없이 모함했다며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전문기자의 글이 아니라 블로거의 글이니 봐주지 않겠냐고? 글쎄다. 똑같은 일간스포츠 지면기사로 나가는 기사인데, 그 글을 기자가 썼는지 블로거가 썼는지 무슨 상관이겠는가. 더군다나 내가 쓴 글은 내 블로그의 방문객들 보라고 쓴 것이기 때문에 기사체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하고 속어 욕설 가득한 표현들로 채워져있다. 저런 글들이 인터넷에서는 개성넘치는 글로 읽힐 수 있지만, 신문기사에 저런 말투가 나오면 독자들은 기자의 자질을 의심하게 되고, 법적인 공방이 시작됐을 경우 블로거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내 포스팅뿐만 아니라, 그 밑에 달린 리플들까지 기사로 싣는것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블플진에서 블로거의 글을 지면에 싣기를 원한다면, 그만큼 포스팅을 선별하는데 있어서 두배 세배 이상의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즉, 저작권 위험이 있는 사진을 싣지 않은 포스팅, 동영상, 음악, 링크 등을 사용하지 않은 문자 텍스트 위주의 포스팅만을 대상으로 하면 된다. 그리고 속어나 틀린 맞춤법, 띄어쓰기등을 교정해야 할때는 당사자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서 통보해주는 것도 필수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면 문자 텍스트 위주의 포스팅 중에서 기사를 선정하려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포스팅들은 멀티미디어 효과나 재밌는 합성사진, 짤방등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포스팅들을 모두 재껴놓고 나머지 중에서 기사를 선정하려면 그만큼 블플진이 노리는 양질의 컨텐츠를 확보하기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어려움은 이런 기획을 했을때 미리 예상을 했어야 했고, 그런 점에 대해서 대비를 못한채로 블플진을 발행하려 했다면 너무 성급한 감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더군다나 내가 가장 이해가 안가는 점은, 분명히 블플팀에서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내걸었던 약속인 '블로거의 글을 지면기사로 활용할 경우에 반드시 원작자의 사전허가를 받겠다'는 선언을 이미 어기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며칠전 블플진의 기자로부터 나의 블로그 글들이 블플진 창간호의 메인기사로 실릴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금 세개의 기사중에 어느 기사가 톱으로 올라갈 것인지 편집진내에서 회의중이라고 한다. 상당히 어이없었다. 나는 블플팀으로부터 내 글을 블플진 지면에 실어도 되느냐는 어떠한 제안이나 요구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허락은 구하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내 글중에 어떤 글을 기사로 실을까 심각하게 회의를 있다는 점이 당혹스러웠다. 나는 어제 그쪽으로 답장을 보내 내 글이 지면기사로 실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했다. 그쪽에서 많이 놀란 모양이다. 나는 왜 놀라는지 이해가 안간다. 분명히 사전허락을 받겠다고 약속한 그들이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것은 자기들 탓이 아니겠는가. 나는 내가 쓴 포스팅때문에 억울하게 감방가는 일은 바라지 않는다. 또 나는 일간스포츠가 내 글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해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그들은 차갑게 돌아설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전에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일간스포츠의 경쟁지인 모 스포츠 신문에서 나에게 영화칼럼을 고정으로 맡기고 싶다는 제안을 한적이 있었다. 그 제안 자체는 고맙고 반가웠으나, 내가 가장 이해가 안갔던 점은 그쪽에서 내가 쓴 새로운 원고들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블로그에 이미 올린 포스팅을 자기들이 맘대로 퍼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방식으로 처음에 제안을 했다는 점이었다. 일간스포즈 블플진도 마찬가지다. 글 잘쓰는 블로거들에게 자기들 신문잡지에 실을 수 있는 원고를 청탁하는 방식이 아니라, 블로거들이 블로그에 끄적였던 포스팅을 맘대로 퍼가게 해달라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블로거들은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쓸때 그 글이 신문기사가 될 수 있다고 미리 가정하고 글을 쓰는것이 아니다. 기사형태로 쓰여진 글이 아닌것을 기사로 활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에러다. 아예 오마이뉴스처럼, 네티즌들에게 그들이 쓴 원고를 받아서 편집진이 심사를 한 후에 채택을 하는 방식이 정석으로 보여진다. 왜냐면 오마이뉴스에 원고를 보내는 사람들은 최소한 자신의 글이 신문기사가 되기를 희망하여 쓴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http://leegy.egloos.com/pg/egloo.asp?eid=c0000487&iid=&acv=&dif=&opt=2&srl=2225869&dte=2006%2D07%2D10+19%3A37%3A31%2E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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