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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트의 예상처럼 3일만에 다 읽어버렸다.

대단히 빠른 것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요즘 책 읽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임에는 분명하다. 그것도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역대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전 15권 중 가장 두꺼운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저자 서문에서 '아무 이유없이~'휘어잡은 시오노 나나미의 필력은 역시 대단하다.

RES GESTAE POPULI ROMANI ⅩⅤ
ROMANI MUNDI FINIS
책의 원 제목이다.

책의 내용이 500페이지가 넘음에도 빨리 읽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역시나 '멸망'이라는 테마때문인듯...카이사르가 로마제국의 기틀을 만들던 무렵의 이 책을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것 처럼...멸망해가는 과정도 재미있게 봤다.

로마가 더 이상 로마답지 않게 된 이상 존속의 이유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로마의 멸망 - 특히 서로마 제국과 로마라는 도시 - 은 기가 찰 만큼 조용하게 진행된다.

책의 내용을 발췌하면...

"로마 제국은 이렇게 멸망했다. 야만족이라도 쳐들어와서 치열한 공방전이라도 벌인 끝에 장렬하게 죽은 게 아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도 없고 처절한 아비규환도 없고, 그래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소년 황제가 퇴위한 뒤 오도아케르가 대신 제위에 오른 것도 아니고, 오도아케르가 다른 누군가를 제위에 앉힌 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황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반세기 전인 410년의 '로마 겁탈' 당시에는 제국 전역에서 터져 나왔던 비탄의 목소리도 476년에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오늘날 세계 각국의 교과서는 서기 476년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해로 명기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교과서도, 어느 로마사 권위자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해'는 말하지만 '달'과 '날'을 말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르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아도 9월 언제쯤이 아닐까 하고 짐작하는게 끝이다.

그래도 건국한 해로 되어 있는 기원전 753년부터 헤아리면 1,229년 뒤에 로마는 멸망했다. 그것은 622년 전인 기원전 146년에 일어난 카르타고의 멸망에 비해 얼마나 어이없는 종말인가. - 중략 -

로마는 카르타고보다 두 배나 긴 세월 동안, 카르타고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광범위하게, 그리고 거기에 살았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고 큰 영향을 주었지만, '위대한 순간'은 갖지 못했다.

불타기는 했다. 하지만 화염으로 불탄 것은 아니었다.
멸망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비규환화 함께 멸망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스러져갔다.

타임터널이라도 빠져나가 서기 476년 가을의 로마로 돌아가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면 어떨까. 러마 제국이 멸망했는데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어떤 사람은 의아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멸망했다고요? 언제요?' 어떤 사람은 빈정거리는 웃음을 띠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아니, 로마 제국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습니까'"

말 그대로 화려했던 영광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하게 사라져버렸다.
이런 서로마 제국도 한동안은 카이사르처럼 통치에 있어서는 앞서나가는 선견지명을 가졌던 동고트족 수장인 테오도리크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팍스 바르바리카' 시대라는 안정기를 갔지만 결국은 동족인 동로마제국의 어이없는 전쟁 진행에 황페화되고 만다. 어찌되었건 역사는 로마의 멸망과 함께 고대의 막을 내리고 중세로 접어든다.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있는 로마인이 '기본 도덕'으로 삼은 덕목 일람표를 옮긴다.
순서는 라틴어 원어. 시오노 나나미의 번역. 로마인이 생각한 의미 또는 해석 순이다.
좀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역시 책을 직접 보셔야^^

pietas  경건  영원의 가치 존중. 신들의 의지에 대한 경의. 현실 생활에서 좋은 행실 중시
humanitas  인간성 
인간관계 중시.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든 국가든 간에
libertas  자유  개인의 인격 존중. 자신만이 아니라 남의 인격도 지켜주는 의지
clementia  관용 
행복한 적에 대한 관용. 다른 종교·문화·풍습 허용
mores(moralis)  도덕 
어떤 시대에 어떤 개인도 갭려적으로는 줄 수 없는, 긴 세월을 거친 지혜의 집적. 따라서 존중할 가치가 있는 전통.
autorita  권위
윗 사람이나 권력자니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혜와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따르는 가치.
fides  신의 
친구 사이만이 아니라 로마의 의향에 존속이 달려 있는 사람들과의 사이에도 마땅히 존재해야 할 감정의 기반
disciplina  규율 
가족·사회·국가를 불문하고 인간이 함께 살아가야 할 온갖 조직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규율. 그리고 그것들은 날마다 훈련하여 육성하는 것의 중요성
severitas  엄격 
남보다 자기 자신에게 부과되어야 하는 규율.
gravitas  위엄 
진실로 중요한 것을 꿰뚫어보고, 그것을 책임감 있게 실시하는 것.
constania  일관성 
방침이 결정되면, 그 방침으로 끝까지 착실하게 나아가는 일관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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