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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US VINCUT
CHRISTUS REGANT
CHRISTUS IMPERAT

학교 선생이라면 빨간 줄을 긋고 고칠만한 수준의 라틴어지만, 의미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가 승리하고
그리스도가 군림하고
그리스도가 통치하다

내 머리는 어떤 생각으로 가득 차서 사제의 주례사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다. 'CHRISTUS'대신 그 자리에 'ROMANUS'를 넣으면 위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로마인이 승리하고
로마인이 군림하고
로마인이 통치하다

주어가 바뀌면, 누구에게 승리하고 어떻게 군림하고 어떤 방식으로 통치하는지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 차이가 고대와 중세를 구분하는 특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인 이야기 15권 저자서문 중(20P)


역시 시오노 나나미다. 오래전에 사두고 전례없이 한번을 들추지 않다가 - 14권 까지는 사자마자 다 읽어버렸는데 - 오늘 아침에야 책꽂이 있는 것을 들고나와 읽기 시작했다. 매년 1권씩 나오던 책이 15년이 지난 올해야 완간된 역작. 그런 그녀가 마지막권 저자서문에 고대와 중세의 차이를 한마디로 요약해버렸다.

제일 처음 등장하는 라틴어는 바로 로마의 라테라노 대성당의 본당 벽면에 적혀있는 글이다. 라테라노 대성당은 서기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세운 성당이다.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의 황제가 설립한 곳. 설립이후 '아비뇽 유수'가 있기까지 역대 로마 교황의 거쳐였던 기독교 최고의 성지이기도 하다. 동시에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마지막까지 권력투쟁을 벌였던 막센티우스 황제 - 기독교 반대파 -  휘하의 기병군단 막사가 있던 곳이다. 콘스탄티누스는 정적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바로 그 정적의 핵심 권력이 있던 곳에 교회를 세운 것이다.

애니웨이...시오노 나나미의 말처럼 주어가 바뀜으로 인해 로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제국이 되어가고 있다. 그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 저자서문의 이 한마디 때문에 왠지 책 읽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질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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