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포항에 계신 어른을 찾아뵙고자 선배와 함께...
지난 금요일 오후에 이사님께 말씀드리고 퇴근시간보다 2시간 먼저 출발을 했죠.
홍대에서 선배를 만나 태우고...
막히는 강변북로를 가며 라디오를 들으니
태풍이 올라온다더군요.
그것도 일요일 경에는 부산에 상륙하고, 동해안을 따라 올라갈 것 같다는 예보.
날을 잡아도 어찌...그래도 이제와서 어쩌겠습니까? 속도를 더 올려 포항으로 달려갔습니다.

포항이 가까워질수록 바람의 세기와 빗줄기가 굵어지더군요.
어차피 바닷가 피서를 온 것은 아니였기에...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시원해지더군요.
9시 반즘 포항에 도착해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어른과 누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곧 숙소로 갔죠. 짐을 풀고 해병대 사령부 서문 근처에 가서 늦은 저녁을 먹었죠.

제가 묶었던 숙소는 해병대에서 관할하는 곳이였는데.
영일만을 바로 바라보고 있어 태풍의 위력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강한 바람.
그리고 얼굴을 따갑게 때리는 비.
어느 물에 들어가 있는 것보다 더 시원한 기분.
날수만 있다면 그 바람에 몸을 날려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었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찍은 바다 풍경입니다.
바다는 여전히 태풍에 철렁이며 하얀 파도를 드러냈고
비줄기 또한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우리 갈길을 멈출순 없죠.

숙소에서 일찍 나와 포항 시내에 있는 어른댁으로 향했습니다.
저희 내려온다고 정성드려 준비해주신 아침을 먹고
또 어느곳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차를 한참 마셨습니다.
몸에 가진 못된 기운을 몰아내주실려는지
차를 강하게 타 주시더군요.
같이 내려간 형님은 그 차에 취해 결국은 떄 아닌 오침을 해야했죠.
어른 말씀이 "나는 기로 버티고 이 녀석은 몸으로 버티는데 넌 몸도 기도 안되는구만"
하시며 자리를 펴주시고 누으라고 하시더군요^^


점심 무렵 어른 댁을 나와 해병대 사령부로 갔습니다.
저희 내려온다고 기다리신 누님의 남편되시는 분이 오라시더군요.
덕분에 해병대 사령부안을 드라이브 하면 한참 구경을 하고
몇 백명이 들어갈 듯한 강당에서 5명이 오붓하게 앉아
무적해병 홍보 동영상도 보고 자장면도 먹고 그랬죠.
그리고 다시 숙소로.....(비도 오고 할 일 없으니 고스톱이나 한판! ㅋㅋ)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른께 몇가지 가이드를 받았죠. 추진해보라는^^)
해병대에 계신 형님이 오시고...맥주 한잔에 고스톱을 치다가
방을 큰 곳으로 옮겼습니다.
날을 잡고 밤새도록 놀자는 거죠. 저녁에 더 오실 분들도 있고...
그래서 옮긴 방입니다. 이름하야 스위트 룸


스위트룸의 안방 침대. 그리고 TV와 컴퓨터
사실 이 방은 ★이상만 주무시는 곳인데..
태풍이 오는 바람에 방이 비워 해병대 형님이 무리를 좀 하셨죠.
어른 계시니 주무시고 가시라는 의미로...
(또 즐겁게 밤샘하자는 더 큰 의미가 있지만 ㅋㅋ)

제가 묵었던 방입니다.
작은 방에 싱글 침대 2개가 덩그러니...
같이 내려간 형이랑 저랑 하나씩 차지하고 잤죠.

방을 옮기고는 본격적인 판이 벌어졌습니다.
간단히 고스톱을 치다가 강풍을 뚫고 다시 시내로 나가
해병대 형님이 예약해두신 횟집으로 갔습니다.
해병대 간부들이 회식장소로 자주 애용한다는 곳.
태풍이 와도 회를 먹는데 큰 지장은 없다는군요.
정말 푸짐한 회를 소주와 함께 푸짐하게 먹고 다시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이내 또 다른 내외께서 찾아오셔 본격적인 놀이마당을 벌였죠.
7인 고스톱(돼지팔기)에 이어 새벽 노래방까지...

새벽 4시경에 잠들어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 태풍이 소멸되었더군요. 울산 앞바다까지 올라온 태풍이 사라지자
바다도 잔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곳은 영일만
'영일만 친구'라는 노래로 유명한 곳이죠.


잔잔해진 바다 건너 포항제철이 제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영일만은 포항제철과 해병대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포항이라는 도시 자체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포철과 해병대를 빼면 설명이 되질 않죠.

사진에 보이는 면은 포철의 각종 공장이 자리를 잡고 있고
제가 사진을 찍은 면은 해병대 각 부대의 훈련장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잔잔해진 바닷가 산책로가 이쁘더군요.
나가서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과 밤새 유흥을 즐긴 피곤한 몸이 충돌^^
결국 산책을 포기하고 눈요기만 실컷 하다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속소를 나섰습니다.



아침을 먹으러 갔던 구룡포에서 찍은 사진들.
숙소를 나와 구룡포의 복집에 가서 밀복지리를 먹었죠.
해장이 잘 되더군요. 한 그릇 뚝딱하니 속이 좍 풀리는 것이...

그 와중에도 해병대 형님과 같이 내려간 형은 소주잔을 기울였죠.
어른은 아침부터 소주냐고 한마디 하시고는 곧 동참^^
저는 이제 상경을 위해 운전을 해야했기에 열외되었죠 ㅋㅋ

아침 식사를 마치고 포항에서 만난 형님분 내외와 작별했습니다.
이틀동안 두분이 모든 걸 사주셨으니 저는 그야말로 몸만 내려가서
실컷 얻어만 먹었죠--;;(좀 민망합니다)

구룡포를 뒤로 하고 해변도로를 따라 대보.호미곶을 거쳐
태풍이 지나간 바다를 구경하면서 다시 어른댁으로 갔습니다.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서울에 가져가라고 잔뜩 싸주시는 먹거리를 챙기고,
가면서 먹을 걱정하지말고 점심 먹고 가라셔셔 또 먹으러 갔습니다.ㅋㅋ


서울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먹거리.
바로 한우갈비살이였습니다.

한우갈비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하는 곳이였는데.
소금구이의 맛이 가히 예술입니다.
입에 넣으면 이빨을 전혀 쓰지 않고도 삼킬 수 있을만큼 부드럽더군요.
마치 회와 같은 느낌. 전혀 고기같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가 먹은 고기는 메뉴판에도 없는 것이라더군요.
아주 귀한 부위로 어른이 가시면 알아보고 내주신다는...
그래서 갈때마다 고기가 약간씩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앉은 자리에서 형이랑 저랑 고기를 5인분이나 해치웠는데도
배도 크게 부르지 않고 질리지도 않는...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였죠.
다음에 포항내려가면 아마 이 고기 먹으러 가지 싶을 정도로...

그렇게 늦은 점심까지 잔뜩 먹고 5시경에 서울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서울로 오는 길은 탄탄대로. 포항에서 서울 강동구까지 정확하게 3시간 반만에 도착했죠.
태풍때문인지 고속도로에 차도 별로 없었고,
또 5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며 길을 질러왔더니..ㅋㅋ

그렇게 짧고 강렬한 포항 여행을 마쳤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