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주말근무를 하던 날 업무가 대충 정리된 오밤중에 매트릭스 3를 봤습니다.
극장에 갈 시기를 놓쳐버리고 결국 비디로오 봤죠.
현란하기 그지 없는 컴퓨터 그래픽과 액션신이 비디로로 봐도 엄청나더군요. 그저 SF적인 영화적 요소들로도 충분히 볼거리는 제공하더이다.
사실 작년 이 영화를 안본 또 다른 이유중의 하나는 누군가 스토리의 결말을 알려주는 바람에. 네오가 결국은 죽는다는(트리니티도 물론;;;) 그 한마디에 감정상해(?) 영화보기를 거부했었죠.ㅎㅎ
영화 초반부에 시온과 매트릭스의 중간 세계에 빠진 네오가 한 가족을 만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프로그램인 이들 가족은 네오에게 사랑이 인간만의 감정이 아님을 말합니다. 딸을 위해 지하세계의 정복자에게 다녀온 아버지(역시 프로그램이죠)의 감정.
네오는 그런 그에게 "사랑은 인간만의 감정인데…'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아니요. 그건 단지 단어일 뿐이죠. 중요한건 그 단어의 의미죠"라며 네오에게 완결편의 키워드를 함축적으로 던져줍니다.
매트릭스도, 시온도, 센티넬도 결국 단어일뿐 아닐까요? 중요한 건 그 안의 의미겠죠..(그런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DVD BOX를 구입해 날 잡아 1편부터 완결편까지 죽 봐야겠어요^^
어느 평론가의 글입니다^^
드디어 ‘매트릭스’ 시리즈가 완결되었다. 1999년 5월 시작된 ‘매트릭스’는 2003년 11월 5일 밤 11시(한국시간), 시리즈의 마지막인 ‘매트릭스3 레볼루션’이 전세계 동시 공개되면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매트릭스’와 함께 한 지난 몇 년은 20세기말에서 21세기초로 이어지는, 정보화 혁명/디지털 혁명이 시작된 인류역사상 가장 역동적 변환기였다. 물론 지금도 그 눈부신 변화는 진행중이지만 ‘매트릭스’는 영화의 영역을 벗어나 이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진짜 삶인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참 모습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미 알려져 있듯이 ‘매트릭스’는 기독교적 희생과 구원의 개념을 모티브로 해서 불교의 선 사상과 보들리야르의 시뮬라시옹 등 문명사적인 수많은 성취물들을 거대한 용광로처럼 융합해서 독특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 외형적 시각효과는 너무나 탁월해서 1편의 트리니티의 더블 이글(공중부양 발차기 장면)이나,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은 다른 수많은 영상작품에서 패러디해서 이미 전설이 되기도 했다. 2편에서도 자기복제로 수없이 업그레이드 된 스미스와 네오의 결투씬이나 고속도로 추격씬등은 지금까지 그 어떤 액션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 3편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의 모든 의문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3편에서는 거짓된 매트릭스의 세계를 거부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시온과 기계들의 중추세력인 센티넬과의 최후의 결전이 벌어진다. 3편은 시리즈의 대단원답게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액션이 핵심을 이루면서도 비극적으로 끝나는 네오와 트리니티의 사랑, 그리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센티넬의 핵심부로 전함을 몰고 돌진해서 최후의 담판을 짓는 네오의 모습이 전율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예언자 오라클이 그랬던 것처럼 혹시 네오도 프로그래밍된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도 있었지만, 그 해답은 이미 2편의 네오와 스미스의 결투 신에서 제시된 바 있다. 칼을 거꾸로 잡은 네오의 손에서 피가 흐르자 스미스는 네오를 공격하는 부하들에게 말한다. 두려워 하지 마라, 피가 흐르지 않은가. 인간에 불과하다. 그렇다. 네오는 인간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절대자 ‘그’다.
‘매트릭스는 시스템이다’ ‘매트릭스는 통제다’라는 1편의 매트릭스에 대한 정의부터 2편의 정보중개상이나 메트릭스를 창조한 사람과, 네오의 대화에서 인과관계나 목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시작이 있는 곳에 끝이 있다는 3편의 오라클의 대사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비밀을 밝히는 중요한 열쇠다.
‘매트릭스2리로디드’가 비록 흥행 성적에서는 개봉 첫 주말 신기록을 작성할 정도였지만 영화적 완성도에는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과정이다. 이제 우리는 시리즈가 완결된 3부작을 함께 묶어서 판단해야 한다. 1부가 모피어스가 모는 함선을 중심으로 네오가 그로 변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면, 2부는 모피어스가 소속된 시온과, 네오를 뒤쫒는 스미스가 소속된 기계도시 센티넬의 배후세력을 등장시키는데 초점을 두었다. 3편은 두 세력의 최후대결이면서 동시에 네오가 인류를 구하는 예언을 실현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렇게 ‘매트릭스’ 3부작은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2199년의 미래를 보여준다. 기계는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인간을 부속품처럼 다루고, 인간은 200년전인 1999년의 과거를 현재인 것처럼 머리 속에 프로그래밍하고 살아가는 현실의 사막에 존재한다. 그것도 육체는 태어나자마자 기계들의 생명연장 에너지를 위해 인공자궁 안에 갇혀 배양되고 있다. 그런 끔찍한 현실이 미래에 꼭 오지 않는다고 해도 ‘매트릭스’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그렇다면 지금 너의 삶은 무엇인가, 너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 본질적인 화두를 영화적 형식으로 탁월하게 담아서, 악몽처럼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