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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 건물의 이름을 보면 전(殿), 각(閣), 루(樓), 당(堂) 등 끝에 붙는 말이 다르다. 무슨 뜻일까? 알아보니 전은 대웅전, 명부전, 극락전 등 부처나 보살을 모신 곳, 각은 불교 밖에서 들어온 신, 즉 산신이나 칠성신을 모신 곳, 루는 만세루, 범종루같이 2층 형태의 누각이나 벽이 없는 건축물을 말한다. 당은 심검당, 설선당, 적묵당 같이 요사, 강당 등 부속 건물 이름에 많이 쓰인다. - '불명산 화암사' 중

◆ '가릉빈가'는 수미단 왼쪽 측면에 숨어 있었다. 날개를 펴고 비스듬하게 날고 있는 모습이다. 가릉빈가는 몸체와 날개는 새의 모습이고 팔과 얼굴은 사람 모습을 한 인조이다. 설산에서 태어났다는 상상의 새, 소리가 아름다워 미음조, 옥조라고도 하고 극락정토에 산다고 해서 극락조라고도 부른다. - 팔공산 은해사 백흥암 중

◆ 보화루의 재미는 '바라지창'에 있다. 2층 누각에는 다섯 개의 바라지창이 나 있는데 자세히 보면 크기가 다르다. 가운데 것이 제일 크고 옆으로 갈수록 조금씩 작아진다. 창문의 아래 부분(하인방)을 조금씩 높여 가 쪽으로 갈수록 창이 작아지고 위로 올라붙게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지루함을 깨려는 고도의 예술적 감각이라며 민망한 찬사를 늘어 놓는 사람도 있다. 바라지창은 완만한 V자 선형을 이룬다. 건물의 귀퉁이를 들어 올리는 느낌이다. 지붕 처마의 곡선과 바라지창의 선이 조화를 이룬다. 우리 전통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귀솟음' 효과를 내고 있다. 귀솟음이란 중간 기둥(평주)보다 모서리 기둥(우주)을 더 높게 하여 날아갈 듯 하늘도 향하는 처마 곡선을 만들어내는 전통 건축 기법이다. 아름다운 처마 곡선은 선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건물을 안정감 있게 보이게도 한다. 부석사 무량수전, 위봉사 보광명전, 개암사 대웅보전 등에서 볼 수 있다. - 팔공산 은해사 운부암 중

◆ 원통전을 마주보면 왼쪽에 우의당이 있고 오른쪽에 운부난야라는 선원이 있다. 난야는 '아란야'의 준말이다. 아란야는 산스크리트어로 '수행하기 좋은 고요한 곳'이라는 뜻으로 선원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뜻보다는 발음상의 느낌이 좋다. 그저 구름 뜰에 난 꽃이 피어 있는 곳 같다. 이곳은 수많은 고승 대덕이 거쳐 간 곳이라고 한다. 경허, 만공 선사부터 용산, 운봉, 경봉, 청담, 성철 스님까지 - 팔공산 은해사 운부암 중

◆ "네, 소나무는 언베 보아도 기분이 좋아요"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릴가요? 대웅전 뒤의 저 소나무들을 잘 보세요. 대웅전 쪽이 남향인데 보통 나무들은 남쪽으로 가지를 뻗잖아요. 그런데 저 소나무들은 대웅전 방향으로는 가지를 뻗지 않았어요. 나무의 기울기도 대웅전 방향이 아니고요. 다른 소나무들을 보세요. 저렇게 남쪽으로 가지를 뻗었잖아요. 신기하지 않아요? 부처님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라가 이야기들을 하지요. 그런데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저 소나무들이 기독교 신자라 그렇다고 농을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세상에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신화나 전설도 그런 것 중 하나고 오래된 것들의 유래나 스며 있는 이야기도 그렇다. 봉정사 소나무 이야기 역시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바로 우리의 문화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로마에 가서 트래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면서 즐거워하면서, 유독 우리의 믿거나 말거나에 대해서는 까칠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 천등산 봉정사 중

◆ "화엄강당의 양쪽 기둥은 원형이고 가운데 것은 사각기둥이지요. 원기둥은 하늘을 상징하고 사각기둥은 땅을 의미해요. 우리 선조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사각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렇게 자연과 함께하는 사상은 우리 문화 전반에 깔려 있어요. 지금이야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그저 높게 짓고 크게 만들고 그러지요. 베개를 보면 원형의 형태지요. 하지만 베개 옆면 베갯모는 사각 형태가 많아요. 이 역시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하늘과 땅을 베고 잔다. 이 얼마나 멋져요." 구수한 말솜씨를 뒤로 하고 절집을 나선다. 만세루 옆으로 크게 곡선을 그리며 내려가는 길을 보면서 '왜 부석과 봉정은 이리도 닮아 보일까' 또 생각했다. 누구는 비슷한 연대, 같은 화엄종이란 종파, 부석사를 만든 이의 제자가 만들었으니 비슷할 수 박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봉정사를 앞뒤로 길게 늘이면 부석사요, 부석사를 줄여 놓으면 바로 봉정사라고 한다. 부석사는 열린와혈(張口窩穴,장구와혈)이고 봉정사는 닫힌와혈(藏口窩穴,장구와혈)이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한다. - 천등산 봉정사 중

책을 읽어가던 중 잊어버리기에는 한번 읽고 지나가듯 잊어버리기에는 아까워 옮겨둡니다. 틈틈히 한번이라도 더 볼려구요~ 아직 앞 부분을 읽고 있는 책입니다만 재미있습니다. 절을 불교를 몰라도 보는게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한번 챙겨보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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