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웅보전 기둥에는 세월이 파고 들어간 근사한 주름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늙었지만 부르어룬 속살이다. 이게 무슨 나무일까? 소나무? 전나무? 옆을 지나던 스님 한 분이 빙그레 웃으시며 싸리나무 기둥이라고 한다. 싸리나무? 아니, 빗자루나 시골집 울타리를 만드는 줄 알았던 싸리나무가 이렇게 멋진 기둥이 되어 있을 줄이야. 싸리나무도 천년의 세월밥을 먹으면 이렇게 우람하게 자라는 모양이다.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싸리나무는 사리나무가 잘못 전해진 것이란다. 사리함을 만드는 느티나무를 사리나무로 부르다 싸리나무로 혼용된 것이다. 실제로 싸리나무 구유와 기둥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느티나무나 소나무인 경우가 많다. 진짜 싸리나무는 회초리감 이상으로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 달마산 미황사 중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얼핏 스쳐 지나가던 가야 역사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이름 하나. 아라가야. 여섯 가야 중 이름이 예뻐 기억속에 남았던 아라가야의 도읍지가 바로 함안이다. 함안은 물이 거꾸로 흐르는 땅이다. 우리나라 마을은 보통 북쪽 산을 진산으로 한 북고남저 지형이다. 그런데 함안은 남고북저여서 모든 물줄기가 북서 방향으로 흐른다. 꼬투리 잡기 좋아하는 양반네들은 배반의 땅이니 역모의 땅이니 하며 시비를 걸고 홀대했다 한다. 그런데 함안에서는 역모가 일어나기는 커녕 임금님 수라상에 파수곶감이라는 명품을 진상했다. 상주, 영동 등도 곶감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단연 함안 파수곶감을 제일로 친다. 맛있는 곶감을 생산할 수 있는 지형 떄문이라 한다. 남쪽이 높고 사방이 막혀 있어 북쪽에서 불어오는 건조하고 찬 바람을 가두어 최상의 곶감을 만들어낸다. - 무릉산 장춘사 중

◆ '여분오어!' 그대 것은 똥. 내 것은 물고기일세! 오어사라는 재미난 이름이 생겨난 일화가 『삼국유사』 「이혜동진」편에 짤막하게 실려 있다. 어느날 원효와 혜공은 계곡가에서 노닐다가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아마 술도 한잔 했을 게다. 두 스님 모두 음주가무에 일가견 있는 분들이니까. 그러다 개울가 바위에서 똥을 쌌다. 아마도 서로 마주보고 깔깔대며 용변을 봤을것이다. 혜공이 말했다. "네 것은 똥, 내 것은 물고기일세" 그래서 오어사가 되었다고 한다. - 운제산 오어사 중

◆ 불전 사물은 예불 시간마다 각각의 소리를 내는데, 순서가 있다. 먼저 법고가 울고, 운판, 목어 그리고 맨 마지막에 범종 소리다. 그런데 목어와 운판은 아침저녁으로 울리는 순서가 바뀐다. 아쳄에는 목오가 먼저 울고, 저녁에는 운판 소리가 먼저 난다. 음양오행에서 동은 목이고 서는 금이다. 나무로 만든 목어는 동녘의 소리이니 아침 예불 때 먼저 소리를 내고, 쇠로 만든 운판은 저녁에 먼저 소리를 낸다. 오행의 원리를 따른 우리 불교만의 독특한 모습이다. - 운제산 오어사 중

◆ 절 마당에 들어서자 왼쪽으로 계단이 있다. 삼성각 오르는 길이다. 온갖 봄꽃 사이로 계단을 오른다. 꽃비가 내린다. 삼성각은 산신, 독성, 칠성을 한 자리에 모신 전각이다. 불교가 토속신앙과 어우려져 생겨난 형태다. 사찰에 따라 산신각, 독성각, 칠성각을 따로 두기도 하고, 삼성각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시기도 한다. 개구쟁이 모습의 호랑이를 거느린 신선이 산신이고, 구름과 소나무를 병풍 삼아 긴 눈썹을 휘날리는 선사가 독성이다. 독성은 천태산에서 홀로 깨달음을 얻은 나반존자를 말한다. 칠성은 수명을 관장하는 북두칠성을 알컫는데, 도교의 영향이라 한다. - 봉수산 봉곡사 중

계속 이어지는 '곱게 늙은 절집'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어느새 세번째 장으로 접어들었군요. 세번째 장의 소주제는 '풍경 속의 풍경'입니다. 산사만큼이나 그 풍경이 아름다운 절집들을 소개하고 있죠. 1년에 한번은 꼭 가는 선산 인근의 사찰도 하나 소개되어 있더군요. 올해 선산에 갈때에는 한번 들러봐야겠습니다. 사륜구동의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하니 체로키가 잘 올라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