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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photo.naver.com/view/2007040202382537701>

지난 날 우리에겐 아이가 탄생했어요.
평범한 출생이었죠.
이일저일 바뻤고, 치러야 할 고지서도 많았기에
내 아이는 내가 없는 사이에 걸음마를 배웠고,
나도 모르는 사이 말을 배워
나는 아버지같이 되겠어요, 아버지.
꼭 아버지를 닮을 거예요.
언제 오세요, 아버지.
글쎄다. 하지만 함께 보게 될 때는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겠지.

내 아들이 지난 달 열 살이 되었군요.
공 사주셔서 참 고마워요.
아버지, 함께 놀아요. 공 던지기 좀 가르쳐주세요.
오늘은 안 되겠다, 할 일이 많다.
아들은 괜찮아요 하며
밝은 웃음을 머금은 채 나갔다.
나는 아버지같이 될 거예요, 아시죠?
나는 아버지같이 될 거예요.
언제 오세요, 아버지
글쎄다.
하지만 그때는 즐거운 시간을 갖자꾸나.

내 아들이 며칠 전 대학에서 돌아왔어요.
사내답게 컸길래 나는 말했지요.
내 아들아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잠시 함께 앉아 있으려무나.
아들은 고개를 저으며 미소로 말하길
차 열쇠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이따 봐요.
언제 돌아오니, 아들아.
글쎄요.
하지만 그때 함께 좋은 시간을 갖도록 해요.

나는 은퇴한 지 오래이고,
아들은 이사를 나갔죠.
지난 달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괜찮다면 한번 볼 수 있겠니?
그러고 싶어요, 아버지 - 시간만 낼 수 있다면요.
새 직장 때문에 바쁘고,
애들은 감기에 걸렸어요.
얘기하게 되어 반가워요, 아버지.
전화를 끊고 나자 선뜻 깨닫게 된 것은
내 아들이 꼭 나와 같다는 것.
언제 집에 오니, 아들아.
글쎄요.
하지만 그때는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하죠.
아버지.

- 작가 미상 -



요즘 출퇴근하면서 잘 읽고 있는 허영만·김세영님의 사랑해 개정판 9권에 나오는 시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뜨금해지면 가까웠던 지난 몇 일과 또 한참전까지가 떠오릅니다.

'자녀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행동하는 대로 닮는다고 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끔 우리 자신도 거침없었던 청소년기에는
때로 미워하고 때로 멀리했던 우리 부모님의 모습을 자신안에서 발견하곤 합니다.
마음속에만 가둬두고 늘 현실이라는 이유를 앞세워 뒤로 돌리는 소중한 것들.
그 소중한 것들이 시간이 지나 결국은 나에게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겠지요.
제 마음을 담은 시간을 아이들과 더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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