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이 밀려드는 오후입니다. 이 고비만 넘기고 오늘 푹 자면 내일은 훨~씬 나아지겠지요.
졸음도 막고 어제 있었던 사고도 되돌아보면서 일전에 올리지 못한 사진을 올립니다.
너무나도 아쉽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나마 최근에 볼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렇게 고마울수가 없군요.
바로 숭례문의 수문장 교대식사진들입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정확히 2주전 일요일.
미국 여행을 앞두고 몇가지 물건들을 사러 남대문 시장에 갔다가 보았던 숭례문 수문장 교대식.
역사에 만약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만약 아래 사진처럼 수문장과 병사들이 숭례문을 24시간 지키고 있었더라면
어제와 같은 참혹한 사고는 생기지 않았을수도 있었겠지요.
아쉬움과 함께 2주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봅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볼 일을 보고 귀가하기 직전. 숭례문에 들렀습니다.
그곳까지 가서 숭례문을 안 보고 온다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민재도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죠.
옛날로 치면 도성밖에서 도성안으로 막 들어서는데 광화문 쪽에서 병사들이 걸어오더군요.
그리고는 이내 숭례문을 향해 횡단보도들을 건더오는 모습이 보였어요.
말로만 듣던...혹은 간혹 스쳐지나가면서 보았던 수문장 교대식을 위한 것이었죠.
대략 4시 경이었습니다. 서둘러서 다시 도성밖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와 민재는 먼저 뛰어나오고 민경이도 엄마와 함께 이내 되돌아왔죠.
이전까지 수문을 지키던 수문장과 병사 두 명은 교대자들이 오는지마는지...
여전히 미동도 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취타대의 음악과 함께 교대병사들이 숭례문으로 들어서고 있죠.
옛날로 치면 교대를 위해 도성밖으로 나오는 것이죠.
수장이라고 쓰여진 큰 깃발을 든 병사를 선두로 한 무리의 병사들이 들어서고
그 뒤를 이어 취타대가 화려한 음악과 함께 등장합니다.
그리고 또 한 무리의 병사들이 창을 곧게 세우고 도성밖으로 나오죠.
도성밖으로 나온 병사들과 취타대는 숭례문 앞 광장에서 다시 발걸음을 돌려
숭례문 앞에 정렬하더군요.
그리고는 지금껏 숭례문을 지켰던 수문장(오른쪽)이
교대를 위해 나온 수문장(왼쪽)에게 무언가를 전달합니다.
아마도 수문장의 임무를 명 받았음을 증명하는 호패(?)같은 것이겠죠.
호패(?)를 건네받은 새로운 수문장이 병사들에게 자신이 임무를 명 받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는 오늘날로 치면 전방지역에서 초병을 서는 병사들이 근무교대 인사를 하듯이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와 수고하십시요라는 인사죠.
이 모든 과정을 또 한 명의 상급 군관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대로 교대를 하는지 지켜보는 것이겠죠.
수문장 교대식에는 군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관들도 나오더군요.
이렇게 교대식이 끝나면 수문장 교대식에 나왔던 모든 병사들이 숭례문을 둘러싸고
경계근무를 서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위 사진처럼 병사들이 성문과 성벽을 지켰다고 합니다.
지금은 수문장 교대식에서만 잠시 이렇게 보여주고
이내 1명의 수문장과 2명의 병사만 남겨두고 도성 안으로 들어가지만요....
수문장 교대식이 끝나고 병사들이 예전의 경계근무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
수문장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이 행사를 관리하는 듯한 분이 관광객들을 일렬로 줄을 서게 하죠.
수문장은 열심히 사진을 찍고 병사들은 성을 지키고...
예전에는 정말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 촘촘하게 망을 서고 성문을 지켰다고 하니 대단하죠.
성문 안과 밖으로 이렇듯 철저하게, 오늘날도 지켰더라면
어제와 같은 일은 절대 생기지 않았을텐데...
막상 어제와 같은 참사가 생기고 나니 2주전에 보고 온 숭례문의 모습이 눈 앞에 계속 아른거립니다.
숭례문의 왼쪽 측면 모습입니다. 성밖에서 바라보았을때 왼쪽이며
지금의 남대문 시장쪽입니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했다고 한 50대 남자가
아마 이 사진속 오른쪽의 계단을 올라 숭례문으로 접근한듯 합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복귀하는 병사들. 아마 경찰들이겠죠.
애니웨이...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숭례문이 아래처럼 잿더미가 되어버렸습니다 -_-;;;
어제 늦은밤 장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 쪽잠을 자다 깬 후...
숭례문의 참담한 모습을 보고 다시 잠이 오지 않더군요.
물론 시차때문에 그런 것이었지만...화마에 휩싸인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어제 밤부터 오늘아침까지 본 숭례문의 모습이 너무나 마음이 아파 가슴을 짓누릅니다.
너무나 엄청난 일인지라 너무나 많은 말들이 쏟아져나오고
또 이런 일까지 정치권과 연계시켜 노무현 잘못이니 이명박 잘못이니 하는 말들도 들립니다.
글쎄요. 우리에게 누구를 욕할 자격이 있을까요? 우리 모두의 잘못이 아닐까요?
문화재청이나 소방서나 정치인들 욕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언제 한번 우리가 숭례문을 영국의 버킹검 궁전이나
뉴욕의 엠파이트 스테이트 빌딩처럼...자랑스러워하고 즐겨찾고 했던가요?
가까이 있기때문에, 차타고 늘 보이는 곳에 있으니까 더 홀대하지 않았을까요?
진정 우리 문화유산을 우리가 얼마나 아끼고 관심을 가져왔었던지...
반성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를 욕하며 생채기를 내기보다는 말이죠.
저는 지금 2주전 그날...날이 춥다는 이유로 숭례문을 일찍 떠난것이 못내 죄스럽습니다.
더 구석구석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마음으로 아껴줘야 했을 것을...
그래서 지금 사진 속의 모습처럼 처참하게 무너저내린 숭례문을 고개들고 쳐다보기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