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표현하지 못하겠어. 요즘 계속 그래. 정말 말을 잘 못하겠어. 뭔가 말하려고 하면 항상 얼토당토않은 말만 나와. 아니면 아예 내 생각과 반대되는 말이거나. 그래서 그걸 고치려고 할수록 더 혼란스러워져서 이상한 말이 나오는 거야. 그러다 보니 애초에 내가 무슨 말을 할려고 했는지조차 잊어버리곤 해. 마치 내 몸이 두 개로 나뉘어져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야. 한가운데 아주 굵은 전신주가 서 있고,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아. 제대로 된 말은 언제나 또 하나의 내가 안고 있어서 나는 절대로 쫓아가질 못하는 거야."
가을이 끝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그녀는 가끔 내 팔에 몸을 기댔다. 더플 코트의 두꺼운 천을 통해 나는 그녀의 입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나는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언제나처럼 걷기만 했다. 나도 그녀도 고무창을 댄 구두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바싹 마른 플라타너스 잎을 밟을 때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내 팔이 아니라, '누군가'의 팔이었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내 체온이 아니라, '누군가'의 체온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버린 후에 나 자신을 어디에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가능한 한 심각하게 사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심각하게 생각하기에는 세계가 너무나 불확실하며, 아마 그 결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를 강요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타인에게 뭔가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
"요전에 여러가지 일들에는 너무 신경 쓰지 마.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은 이렇게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어쩌면 이런 말투가 네게 상처를 입힐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용서해.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 때문에 너 자신을 탓하거나 다른 누군가를 탓하지 말아달라는 거야. 이것은 정말 내가 전부 감수해야 하는 일이야. 이 1년 남짓 나는 그걸 너무 미뤄왔어. 그 때문에 네게 많은 걱정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아마, 이게 한계일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 『개똥벌레』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