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189131.html

네이버검색 ‘직접링크’ 이용 언론사들 '검색어 장사'
"'존 오셔'를 찾는데 왜 낸시랭이 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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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네이버에서 ‘존오셔’를 검색했을때 <중앙일보>의 ‘낸시랭이 실종됐다고?’기사가 상위에 노출.


프리미어리그 축구팬인 회사원 김은진(27)씨는 지난 5일, 이날 새벽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수인 ‘존 오셔’가 골키퍼로 깜짝 변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네이버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하기 위해 검색창에 ‘존 오셔’를 입력했다. 하지만 ‘낸시랭이 실종됐다고?’라는 엉뚱한 제목의 기사가 검색결과 화면 제일 꼭대기에 노출됐다. 김씨는 “아침부터 낚시질당한 것같아 기분이 나쁘다”며 “왜 엉뚱한 검색결과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례처럼 최근들어 검색결과와는 다른 엉뚱한 기사가 상위에 노출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갑자기 검색엔진에 중대한 결함이 생겨난 것인가?

이면에는 언론사들의 ‘검색어 장사’가 있었다.

네이버 직접링크 이용…언론사들 ‘검색어 장사’ 혈안

지난해 12월 네이버가 뉴스 검색결과 ‘직접링크’를 실시한 이후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검색어 장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직접링크는 검색에서 나타난 해당 기사를 클릭할 경우 곧장 언론사로 넘어가도록 하고 있다. 몇몇 인터넷언론사들은 이런 인기검색어를 갖고 만들어낸 ‘기사’를 통해 페이지뷰가 급등하는 등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다.

실시간 인기검색어를 기사로 만들어내는 경쟁에는 인터넷 언론만이 아니라 종합일간지도 뛰어들었다.

문제는 검색어를 소재로 만든 ‘검색어 기사’들은 “현재 네이버에는 어떤 검색어가 인기검색어로 올라와 있다”라는 단순 검색어 소개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대상은 직접링크제를 하고 있는 네이버에만 집중되어 있다.

지난 5일 오전 네이버에선 일종의 티저광고였던 ‘낸시랭’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실제 ‘낸시랭’으로 검색을 한 결과, 언론사들은 낸시랭에 관련된 기사들을 앞다투어 만들어냈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날 시간 차이를 두고 ‘낸시랭’이 들어간 기사 7개를 생산해 냈다. 기사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온라인 강화”발언 이후 규모를 불린 <중앙일보> 디지털뉴스팀에서 주로 생산한다. 중앙일보는 [검색어now]라는 고정꼭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다음은 <중앙일보>5일 오전에 포털에 송고한 기사이다.

[검색어now] '따뜻한 날씨' 반갑다                                      [중앙일보 2007-02-05 08:35]

체감 기온 영하 10도를 오가던 매서운 추위가 가셨다. 영상의 따뜻한 날씨와 함께 시작된 월요일 출근길. 시민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다. 서울 낮 최고 기온 영상 11도가 예상되는 5일, 포근한 날씨는 네티즌 사이에서도 반가운 화두가 됐다. 5일 오전 7시 50분 현재 포털 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 10위권에는 이례적으로 '날씨'와 '오늘의 날씨'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같은 시각 검색 순위 1위와 2위는 행위 예술가 '낸시랭'과 '낸시랭 실종'이 차지했다. 월요일 오전 네티즌을 놀라게 한 낸시랭 실종은 한 전자회사의 이벤트로 밝혀져 싱겁게 마무리됐다. OOO 기자


<중앙일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 뒤 계속해서 인기검색어에 대한 기사를 생성해 오전에만 ‘낸시랭’으로 검색했을 때 5개의 기사가 네이버 검색결과 첫 화면에 노출됐다.

낸시랭이 실종됐다고? [중앙일보 2007-02-05 11:01]

'낸시랭이 실종됐다?'

행위예술가 낸시랭(29·본명 박혜령)이 실종됐다는 깜짝뉴스가 월요일 오전 네티즌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요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사건의 경위를 묻는 질문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세간의 관심은 검색 순위에 그대로 반영돼 '낸시랭'과 '낸시랭 실종'은 5일 오전 7시50분 현재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 1·2위에 올랐다.

그러나 낸시랭 실종은 낸시랭과 손잡고 신제품을 출시한 한 전자회사의 홍보 이벤트로 밝혀져 입소문 마케팅을 노린 상술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같은 시각 검색 순위 3위-10위는 존오셔. 창원대학교. 맨유 토트넘. 루디팡. 날씨. 로또. 오늘의 날씨. 판도라가 차지했다. OO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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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네이버에서 ‘낸시랭’으로 검색했을 때 한 화면에 <중앙일보>의 기사가 5개나 노출됐다.


이런 기사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기사 말미에 당일 포털의 인기 검색어를 의미 없이 나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포털에서의 검색을 했을 때 자사의 기사가 최상위에 노출되도록 하는 ‘꼼수’다. 누리꾼들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검색어에 대해 클릭했을 때 낚시기사에 걸리게 되어 있다. 실제로 5일 11시20분 네이버 인기검색어 2위였던 프리미어리거 ‘존 오셔’로 검색을 할 경우 ‘낸시랭이 실종됐다고?’ 기사가 최상위에 노출됐다. 명백한 검색결과 오류이자 왜곡이다.한 포털에서 인기검색어의 순위 변동이 중앙일간지가 분초를 다퉈가며 시시각각 업데이트해야 하는 중요한 소재인지 의문스러울뿐더러, 앞서 실은 기사에서 보듯 기사의 내용도 의미있는 정보 전달이거나 심층취재라기보다는 검색어의 단순 나열에 그치고 있다. 실시간 인기검색어들을 단순 나열하는 최신 기사는 현재 인터넷 검색엔진의 특성상, 해당 검색어를 찾을 때 최상위 검색결과로 노출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중앙일보>뿐만이 아니다. 5일 ‘낸시랭’으로 검색했을 때 <한국일보>는 4개, <매일경제>도 4개의 기사가 검색됐다. 이 날 네이버에서 검색된 ‘낸시랭’이 들어간 기사는 총 22개다. 중앙, 한국, 매경 세 개 언론사를 합치면 15개며 백분율로 68%에 해당한다. 오히려 중앙일간지들이 앞장서서 검색어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언론사들 자제해 달라”, 중앙일보 “업데이트는 언론사 본연의 임무”

네이버도 언론사들이 무리해서 검색어 낚시경쟁에 뛰어들자 난감해하고 있다. 네이버의 박선영 뉴스팀장은 지난 30일 언론사 담당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기사의) 시간순 배열에 따른 검색 결과 표시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내부 기술적인 보완을 준비중에 있다”며 “그때까지는 같은 기사를 검색결과 상단에 배치하기 위하여 재전송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검색어의 우선순위와 등록영역을 바꾸어가며 하루에도 몇 번 씩 ‘검색어 소개’ 기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디지털뉴스팀의 임봉수 차장은 “기사에 대해 달라진 사실이 있을 때 추가해서 업데이트하는 것은 언론사 본연의 임무다”라며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고의적인 검색 어뷰징(abusing: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조작행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왜 이렇게 까지…방문자수, 페이지뷰에 대해 광고수익 걸려 있어

언론사들이 이렇게까지 해서 사용자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이유는 광고수익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보통 일반 배너를 한 번 노출할 때 1원의 비용을 받는다고 상정할 때, 노출횟수를 곱해 광고 단가를 책정하게 된다. 물론 여기엔 광고주와 광고방식의 특성이 작용하기는 하지만 방문자수와 페이지뷰가 광고단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확실하다. 한 인터넷언론사의 광고 담당자는 “광고란 것이 노출되는 횟수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므로 방문자수가 많으면 그만큼 페이지뷰도 올라가므로 광고 단가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검색 어뷰징을 통한 트래픽의 유입이라도 종합순위나, 방문자수의 상승이 있으면 광고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므로, 해당 언론사에는 결코 거부하기 쉽지 않은 유혹인 셈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사실상 언론사가 만들어낸 기사를 통해 순위가 오른 포털의 인기검색어를 다시 언론사가 생중계하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검색을 통한 트래픽이 늘어날지는 모르겠으나 길게 보면 오히려 포털에 대한 언론사의 종속을 심화시킬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 교수는 “언론사가 포털뉴스와의 차별성을 가지려면 심도있는 분석과 해석이 있는 기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언론사의 자성을 촉구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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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에 올렸던 네이버 검색 아웃링크와 미디어닷컴의 관계에 관한 글(
http://bluesky.tistory.com/836)과 유사한 기사가 오늘 나왔다. 기자가 내 글을 보고 썼는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고 확인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나와 유사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확신을 들게 하는데에는 도움이 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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