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naver.com/committee/?ctg=column&mod=read&article_id=0000000011

"손석희씨가 교통사고 여파로 라디오 방송 시간에 7분 늦은 일은 각종 포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지만, 시사 주간지가 짝퉁으로 발행된 중대한 언론 학살 사건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2007년 미디어의 모습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가 어느 인터넷 언론에 쓴 칼럼의 첫 문장이다. 정작 관심을 갖고 다뤄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눈감고, 일개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새벽에 좀 늦은 걸 여기저기에서 다 다루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동의한다. 방송에 지각한 건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게 그렇게 뉴스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그런데 사실 그 기사의 제목은 김헌식씨의 표현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나온 걸 그대로 옮기자면 '교통사고로 지각방송'이었다. 그래서 졸지에 안부 전화도 많이 받았다. 뉴스거리도 아닌 것을 뉴스거리로 만들려니 제목이 그렇게 됐을게다. 예로 등장한 당사자여서 옮겨놓기가 좀 쑥스럽긴 하지만, 최근의 저널리즘 현상을 잘 나타낸 말이니 굳이 피해갈 이유도 없겠다.

포털의 뉴스편집이 결국 언론의 기능을 하는 것이냐 아니냐 등등의 논란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차차 얘기하기로 하자. 우선 독자 여러분들이 흔히 '낚인다'라고 말하는 기사 제목의 문제다. 기왕에 나의 경우를 예로 들었으니 한 발 더 나아가 볼까. 일전에 어느 강의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토론 문화가 발전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풀면서, 아무래도 가부장적 전통 문화,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왕정 시대와 식민지 시대, 그리고 이어진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언로가 잘 트이지 않은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이게 다음날 기사로 나오면서 그 제목이 '토론 문화가 발전되지 않은 것은 박정희 군사 정권 탓'이라고 나왔다. 확인해 보니 기사를 쓴 기자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단다.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이 내가 그런 말 한적 없다고 열심히 댓글로 증언해 주었지만, '때는 늦으리'다. 그런 제목이어야 속된 말로 장사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 댓글로 달린 것처럼 '입만 갖고 먹고 사는 놈' (이 정도는 그 날 댓글 중에 아주 약한 편에 속한다)인 나는 입을 아예 닫고 있을 수도 없고 난감한 일이다.

포털 뉴스의 경우 독자를 '낚기' 위해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기사 제목부터 바로잡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에 접속하면 얼마든지 그런 제목을 잡아낼 수 있으니 결국 신뢰도의 측면에선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만일 포털이 주동이 돼서 기사 제목을 그런 식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도 자체 검증 기능을 강화하길 바란다. 동시에 올바른 독자들이 이런 잘못된 기사 제목을 적절하고도 합당하게 바꿔주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사이트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어떨까 한다. 독자가 달아준 제목 중에 가장 알맞은 것으로 바꾼 다음 '독자 제목'이란 표시를 해주는 방법이다.

내가 말한 방법들이 모두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면 또 다른 어떤 방법이라도 강구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인터넷 미디어가 믿음직하게 인식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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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발족. 활동을 시작한 네이버 이용자위원회를 통해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가 쓴 칼럼이다. 칼럼 중 '독자가 기사의 제목을 달게 하자'는 제안이 있다. 세계일보 서명덕 기자의 블로그에서 이 글을 보고 불연듯 지난해 '스포츠서울'에서 오픈한 '스포홀릭'이라는 서비스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이런 시도를 했던 기억이 났다. 오랫만에 다시 스포홀릭에 접속해보니 아직 그 기능이 남아있었다.

http://blog.spoholic.com/spoholic/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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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씨의 제안처럼 이미 퍼블리싱된 기사의 제목을 누리꾼들이 참여해서 적절한 제목으로 변경하고 편집부의 승인을 다른 누리꾼들의 추천을 거쳐 실제 온라인 서비스에 반영되는 프로세스다. 현재 이 프로세스를 거쳐 얼마나 많은 누리꾼들이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가 없는 점이 아쉽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일.

흔히 '낚인다'는 표현처럼 신문 1면의 활자크기와 자극성에 따라 가판시장에서 판매부수가 결정되고, 가판에 대한 의존도가 누구보다도 높은 스포츠신문이기에 당연히 누리꾼들로부터 '찌라시'라는 비난을 받으며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기도 하다.

네이버에서 손석희씨의 제안대로 이런 시도를 구현할런지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올 한해 네이버 뉴스의 변화가 기대된다. 작년부터 시작한 언론사와의 협업모드 - 메인의 편집박스, 검색 아웃링크 - 가 아직은 한쪽이 귀속당한듯한 느낌은 미디어닷컴에 종사한 사람으로서의 개인적인 심리일뿐, 사용자들의 뉴스 소비 대세는 네이버임이 분명하다. 그런 네이버가 변해야 조금이나마 한국언론의 모습이 바뀔수도 있다는 점이 현실이라는 점이 씁쓸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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