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싸늘한 슬픔. 언제나 가슴 밑바닥에 얼음물이 고여드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싸늘한 슬픔. 근원을 알 수 없는 슬픔.
단지 얼음물 같이 시린 슬픔 한 모금만 가슴 밑 바닥에 젖어들고 있을 뿐이다.
나는 가슴 밑 바닥에 얼음물처럼 시리게 고여 드는 슬픔의 근원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우리의 이상이 아무리 절대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투쟁이 아무리 순수하고 정의롭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밖에서 현실은 현실 스스로를 조금도 파괴당하지 않고 오히려 냉혹하게 우리를 파괴하면서 차츰차츰 제 나름대로 형성되어 가고 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분노와 용기만으로는 그 무엇도 이룩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분노와 용기 그 이상의 것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떠나야지……. 이제는 떠나야지.
떠나야지……. 이제는 떠나야지.
이런 결심만 하고 살았던 나날이었다.
그러나 떠나 보내지 않아도 떠날 것을 저절로 떠났다.
내가 버리지 않았어도 나에게 있던 것들은 저절로 분실되었다.
외로움, 그 아픈 형벌의 시간이여!
밖에서 비가 내리고 술집 안은 텅 비어 있는데, 우리의 의식 깊숙한 곳에서 외로움의 터널이 길게 뚫리고, 우리는 다 함께 술잔들을 주고받으면서 그 터널 속으로 나란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 이외수가 전해주는 마음의 열쇠 '뼈'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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