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from 되새김질/BookS 2008. 10. 13. 22: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무나 유명하고 대중적인 작가 공지영씨의 소설 '
즐거운 나의 집' 요즘 책읽기에 너무나 게으른 제가 근 두달여에 걸쳐 나눠 읽은 책입니다. - 올해는 정말 취미라고 말하기도 쑥쓰러울 정도로 책을 안 읽었군요 -

작가에 대한 배경을 전혀 모르고 시작한 책이었지만 얼마 읽지 않고도 이 책의 배경이 작가의 개인사를 담고 있음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원래 이 책을 읽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
네가 어떤 삶을 살던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이 책이 전작에 해당된다고 해서 뒤늦게 구입해서 먼저 읽었죠.

개인마다 판단은 다르겠으나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현재의 40대 여성이 이혼을 세 번이나 하면서 겪은 일들을 나름 잘 받아들이고 잘 즐기면서(?) - 이 표현은 좀 애매합니다만 - 살고 있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책 중간 중간 나오는 표현들처럼 '이혼을 세번이나 한 여자가 무슨~' 식의 사회 통념적인 멘트들을 무작정 할 수 많은 없겠죠.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그 삶에 대해 비난할 권리는 없다고 봅니다. 가십성 연예뉴스를 즐거워 하는 분들이라면 뭐 재미있는 소재로 쓰일 수는 있겠지요.

이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할 개인사를 자랑스럽게 유명 작가가 책으로 옮긴 것에 대한 찬반 논란 역시 책을 읽은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르겠지요. 하지만 세 명이 길을 걸어가면 배울 것이 있고, 어떤 사람에게든 배울 점은 있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면 반대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생각쯤은 한번 해봐야겠죠. 그 이후의 판단 역시 각자의 몫입니다. 사설이 길었군요.

Anyway~ 언제나 처럼 남겨진 이야기들을 옮깁니다.


그래, 엄마 말대로 아빠도 좋은 사람이라는 건 나도 안다. 엄마도 그렇다. 물론, 나도 약간 게으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아빠 말대로 '제멋대로' 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해도 친구들에게 밥맛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나쁜 아이는 아니다. 나는 적어도 의리는 있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의리 때문에 아빠랑 십팔 년이나 살아준 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제사 말이지만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꽤 있는 편이다. 아니, 많았다. 나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좀 있긴 하지만 그 애들이 나를 좋아한대도 귀찮을 아이들이니까 별 문제없다.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누군가 대통령이 될 때에는 국민의 반 조금 넘는 수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만 나머지 반은 그 사람을 너무나도 싫어하지 않는가 말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싫어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 마침내는 엄청난 수가 되는데도 모두가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아무튼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는 대통령보다도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한테서만 미움을 받는 좋은 사람들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상처로 기억해야 할까. - 92P
흠...사실 이 대목은 개인적으로 공지영씨가 대중작가로 변신한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의해 인용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 부분입니다. 인용의 예가 대통령인데 그 대상을 이렇게 써먹었다는 것이 저도 좀...쉽게 납득되지는 않더군요. 어린 애들은 이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실제 소설 속 주인공인 위녕의 친 아버지는 논리야 반갑다 3부작, 고슴도치, 아홉살 인생으로 유명한 위기철 작가입니다. 소설 속에서 이혼 후에 죽는 둥빈의 아빠. 즉 두번째 남편은 오병철 영화감독입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 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 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 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 - 178P
 이 대목은...흠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책 한쪽 구석을 접어뒀었는데 지금 옮기고 나니, 잘 모르겠네요;;; 막 크고 있는 아이들에게 전해주면 좋을 수준의 말인 듯. 흠 아이들 키우는 입장이 되어서 책을 보고 판단하는 기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뀐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ㅋㅋ 이제 마지막 대목입니다.


"아저씨가 젊었을 때 어떤 유명한 스님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삼천배를 하고서야 어렵게 뵈었지. 그리고 물었어. 스님,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습니까? 하고. 그랬더니 그 스님이 대답하더구나. 앉아있을 때는 앉아 있고, 일어설 때 일어서며 걸어갈 때 걸어가면 됩니다, 하는거야. 아저씨가 다시 물었지. 그건 누구나 다 하는 일 아닙니까? 그러자…… 그 스님이,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그 눈빛이 생각난다. 형형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 눈으로 아저씨를 물끄러미 보더니 말하더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앉아 있을 때 일어날 것을 생각하고 일어설 때 이미 걸어가고 있습니다." - 후략 - 225P
"당신은 앉아 있을 때 일어날 것을 생각하고 일어설 때 이미 걸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이게 무슨 말인가? 무슨 뜻이지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책의 나머지 부분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하니 이해가 되더군요. 그리고 저도 이 스님의 말씀처럼 항상 그 다음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같은 시간을 놀아도 유난히 피곤한 자리와 새벽까지 놀아도 멀쩡한 자리의 차이가 있는지도 이해가 되었구요. 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위 문구가 있었던 부분 정도. 그 외는 그저 유명한 사람의 자전소설 한편 본 이상의 느낌은 없더군요!

P.S. 이 소설에 대한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보시면 본인의 의도와 생각을 엿볼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