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장현수
출연 : 이병헌, 최지우, 추상미, 김효진, 선우용녀
영국 워킹타이틀사의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한 영화
매력적인 남자 수현(이병헌)을 둘러싸고,
유부녀인 진영(추상미), 학구파이며 순진한 선영(최지우),
자유분방하며 작업 전문걸인 미영(김효진)
세 자매가 벌이는 섹스 코미디다.
<어바웃 아담>이라는 원작을 보지 못했지만,
역대 최고 개턴티인 5억원을 받았다고 하는 이병헌과
1억원이 넘는 출연요에 러닝 캐런티까지 보장받은 김효진
의 이야기를 들으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우인 추상미도
그녀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것 같고,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등에서
선 굵은 영화를 보여줬던 장현수 감독에 대한
기대도 실망으로 바뀌어 버린다.
오히려 극 중간중간 까메오처럼 깜짝 출연한
정보석, 공형진, 이재훈, 정준하, 신이 등이 더 돋보인다면
영화를 만든 분들께 너무한 말일까?
"누구나 비밀은 있다. 비밀이 꼭 있어야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비밀을 가질 수 있다"
정확치는 않지만 극 시작과 끝 이병현의 멘트입니다.
이 대사가 주는 의미와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영상들이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섹스 코미디 장르를 선포하고 제작된 영화이니
어느 정도의 유치함은 예상했지만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색즉시공'이 더 낫지 않나 싶군요^^
극중 세 자매의 서로 다른 스토리 진입시 나오는
아래의 명언들이 왠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의 첫사랑을 만족시키는 것은 남자의 마지막 사랑뿐이다.(발자크)
사랑은 벼락처럼 다가와 안개처럼 사라진다.(도플러)
오,자유! 그대의 이름으로 죄악이 저질러지고 있나니(로망롤랑)
김효진은 노래 잘하더군요^^
재즈를 맛깔나게 불러요...함 들어보시길~
추상미, 최지우, 김효진 3人3色 인터뷰
최지우, 추상미, 김효진.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3명의 여배우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 중심에는 ‘킬러 스마일’ 이병헌이 자리한다. 이번 주 개봉되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선영, 진영, 미영 등 성격도 하는 짓도 판이한 세 자매에게 완벽한 남자 수현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섹스 코미디. 그들이 털어놓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 이야기를 전격 공개한다.(태상준 기자)
nkino | 추상미가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라니 좀 의아했다. 영화 어떻게 봤는가?
추상미 | 몇몇 아쉬운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밌게 봤다. 처음에 영화사에서 출연 제의를 받고, 참 신선한 시나리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동안 워낙 진지한 역할만 해와서, 조금 가벼운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누구나 비밀은 있다>가 최근까지도 많이 쏟아져 나오는 코미디 영화와는 차별되는 영화라는 것. 억지스럽고 과장된, 단지 웃기기 위한 영화가 아닌, 관객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진 영화가 아닌가. ‘불륜’이라는 금기시되는 소재를 세련된 코미디로 풀어내는 점이나, 혼자서 다 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생활의 발견> 이후 상업 영화 출연은 3년 만이다. 주류 영화와 독립 영화에 두루 출연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연기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배우로서 성장을 해나가는 데 있어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연기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뿐이지, 다른 계산을 하지는 않는다. <미소>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의 독립 영화에 내가 노 개런티로 출연한 것에 대해 칭찬을 많이 듣는데, 사실 이것도 다른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의 발로였을 뿐이다.
남편과 섹스를 하지 않는 주부 진영 캐릭터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 갔나?
최대한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꼭 내 자신이 경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상을 많이 했다. 사실 주부의 권태감 같은 것들은 내 또래 친구들이나 어머니들에게서 늘 듣는 이야기다. 이런 것들을 토대로 진영의 말투나 표정 등을 설정했다. 외적인 영역에서도 영화 찍을 당시에 살이 좀 쪘었는데 그냥 내버려 두었다거나, 옷차림이나 헤어 스타일 등도 아줌마처럼 보이려고 노력한 점이 있다. 나중에 확실히 망가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극 초반에 오히려 더 깐깐하고 고상한 미시족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야 후반에서 효과가 더 커지니까 말이다.(웃음)
수현(이병헌)과의 외도 후, 남편과 화해하게 되는 계기가 극 중 잘 드러나 있지 않은데.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사실 극 마지막 크리스마스 파티 신에서 남편과 화해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감독님이 내게 양해를 구하고 편집에서 잘랐다. 크리스마스 파티 씬은 템포 상으로 영화에 대한 정리 부분이다. 다들 사람들은 별 대사 없이 다 행복하게 춤추는 와중에, 나와 내 남편만 주구장창 대화한다는 설정이 구조상 이상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세 여자의 사랑의 발견은 있지만, 사랑의 완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래도 외국 영화를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설명이 가장 안 된 부분이다.
배우 추상미는 ‘지적인 배우’ 혹은 ‘항상 연구하는 배우’ 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배우다.
이번에도 연구 많이 했다.(웃음) 사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같은 코미디 장르는 배우로서는 더욱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보기 때문에 부담이 안 느껴질 뿐이지, 배우 입장에서는 보통 드라마 장르에서 연기하기 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경우는 지문도 간단하고, 장현수 감독님도 특별한 연기 지도를 하지 않아서, 배우의 본능에서 나오는 즉흥 연기가 많았다. 진영이 수현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포도를 삼킨다거나, ‘한복’ 정사 씬에서 고무신 던지는 연기는 다 즉흥 연기였다.
그 문제의 ‘한복’ 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코믹하면서도 참 에로틱하더라.
정말 열심히 찍었다. 연기 톤을 잡기가 참 어려웠다. 극단적인 리얼리티를 연기하면 너무 충격적이고 영화가 큰일 난다. 완전히 패륜으로 향하니까. 하지만 또 너무 과장되게 하면 설득력을 찾아볼 수 없다. 정답은 적정하게 하는 것인데, 그게 어디 말 처럼 쉬운가. 상대도 없이 혼자서 연기했고 다행히도 한 번에 OK가 떨어졌다. 이제 끝이구나 싶어서 안도했는데, 내가 바보였지. 여러 각도에서 돌아가며 몇 시간 동안 그 장면만 찍었다.(웃음)
아무래도 순발력이 필요한 즉흥 연기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에서 많이 늘었을 것 같다. 자연스러움도 그렇고.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추송웅)의 연기를 보고 자랐고, 나 자신도 연극 배우로서의 정체성이 너무 강했었다. 그래서 가볍고 편안한 연기에 익숙해 지는데 시간이 적잖게 걸렸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더 리얼하게 하는 연기를 하다 보니, 그 속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
페미니스트들은 <누구나 비밀은 있다>가 영 못마땅한 영화일 수도 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실 수현이라는 남자는 처음에 여자들을 자극만 할뿐이지, 그 다음에 사건을 이끌어 가는 것은 모두 여자들이다. 최지우 씨 캐릭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당한다는 수동적인 느낌보다는 적극적인 능동성이 더 눈에 뜨인다.
장현수 감독의 스타일은 어땠나?
일단 배우들을 너무 편하게 대해준다. 혼자 앞에 나서서 연기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연기를 강요하는 대신, 뒤에서 그들을 받쳐주는 스타일이다. 배우가 즉흥연기를 하면 더 부추겨서 더 많은 것들을 끌어낸다.
같이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이병헌 씨와는 처음 공연하는데, 호흡도 잘 맞았고 고마운 부분도 많다. 보통 배우들은 오직 자신의 연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병헌씨는 자신이 나오지 않는 씬에도 관심이 많은, 현장에 100%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연기를 하고 있으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가끔 기분이 나쁠 때도 있기는 했지만, 또 생각해 보면 옳은 이야기도 많았다. 연기적으로 경쟁심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좋은 배우다. 최지우씨는 정말 열심히 했고 정말 잘 했다. 참 순수한 사람이다. 사실 예전에는 지우에 대해 좋은 배우라기 보다는 예쁜 스타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완전 악바리인데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많은 배우였다. 효진이 같은 경우는 더 많이 두고 봐야 겠지만 나이에 비해 성숙도가 높고, 일단 마인드가 좋다. 스타나 인기나 그런 것 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생각이 강하다는 말이다. 그 나이에 가지기 힘든 생각이다.
TV와 영화 연기를 병행하고 있다.
물론 영화와 TV 연기가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것은 같다. 하지만 TV 드라마 같은 경우 이전에 했던 역할의 반복이면 절대 하지 않을 거다.
최근에 본 영화 중,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든 역할이 있다면?
샤를리즈 테론의 <몬스터>가 참 좋았다. 배우로서는 무척 고통스럽고 힘이 드는 연기인데, 한 번 쯤은 꼭 해보고 싶은 그런 역할이다. 여기에서 저기까지 가는 큰 변신. 나와 비슷한 환경도 아닌, 기존 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캐릭터라는 점에서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좋은 배우.(웃음). 내 취향일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배우의 스타일이나 외모, 연기력 그런 것들만 보고 그들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것들 이면에서 찾을 수 있는 그 어떤 것. '믿음'을 주는 배우를 좋아한다. 나 역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인터뷰: 태상준 기자)
nkino | 완성된 영화 몇 번이나 보았나?
최지우 | 기자 시사랑 VIP 시사, 두 번 봤다. 그때 너무 긴장해서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그 자리가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가. 기자들이나 동료 연기자들로부터 심판받는 입장이었다. 기대보다 더 많이 웃어주고 재미있어 해서 맘이 많이 놓였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노출도 있는 섹스코미디다. 출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내 말이 그 말이다.(웃음) 처음에 영화사에서 시나리오랑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원작 영화 <어바웃 아담 About Adam> 비디오테이프를 같이 받았다. 한창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할 때라 진지하게 시나리오를 읽지는 않았고, 영화를 먼저 보았는데 노출신이 엄청난거다! “내가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하고 접었다. 그런데 이병헌씨랑 김효진씨랑 캐스팅되고 영화사에서도 계속 연락 오고, 그때서야 찬찬히 대본을 읽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내가 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워낙 [천국의 계단]에서 우는 연기를 많이 해서, 이와는 전혀 다른 재미있는 연기도 하고 싶었고.
<피아노 치는 대통령> 이후 2년만의 스크린 나들이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 출연이 너무 뜸한 것 아닌가?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영화 말고 드라마만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줄곧 드라마만 찍게 된 것 같다.
‘순둥이’ 선영은 어찌 보면 최지우와 많이 비슷한 것 같다.
비슷한 점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웃음) 선영이처럼 남자에게 먼저 다가갈 정도로 그렇게 저돌적인 면도 없고, 또 남자에 대해 그렇게 무지하지도 않다. 그냥 나는 딱 중간이다.
그러면 처음에 인물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맞다. 선영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무지스럽게 보이면 안 된다. 사실 이성에 대한 성 경험만 없을 뿐이지, 이론적으로는 박식하고 똑똑한 대학원생이 아닌가. 또한 너무 ‘선수’ 처럼 보이거나, 그 반대로 너무 내숭처럼 보여도 안되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어서 NG를 많이 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자신이 생기고, 최지우만이 선영이를 표현할 수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철저히 내 틀 안에서 마음껏 뛰어 놀면서 연기했다. 보통 한 작품 끝내면 수많은 고생했던 생각이 밀려오는 데,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날로 먹은’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안하게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수현(이병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짜 몹쓸 사람이다. 지금 옆에 있으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그런데 영화를 보면 수현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그런 사람 같다. 전지전능한 천사 같은 존재랄까?
극 중에서 선영이 수현에게 욕하는 장면이 참 재밌었다.
그 이야기 많이 하는데. 시나리오에서 그 장면 보고 참 고민 많이 했다. ‘과연 최지우라는 배우가 욕하는 장면이 어떻게 나올까? 찍는 사람들이나 하는 나나 다 궁금했다. 잘 나온 것 같다.(웃음)
같이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느낌은?
추상미씨는 너무 진지한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만나보니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김효진과 나를 포함해서 상미 언니는 셋 중에서 제일 수다스럽고 소탈한 사람이더라.(웃음) 효진이 같은 경우는 나보다는 9살이나 어리고, 상미 언니보다는 무려 11살이나 어린 친구다. 그런데 셋 중에서 가장 노숙하고 어른스럽다. 너무 애늙은이 같아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두 사람 모두 연기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다는 점에서, 배울 것이 많은 사람들이다. 이병헌씨? 한 마디로 말해 진짜 '여우'다.(웃음) 자신의 베스트를 스크린에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항상 그것에 대해서 철저히 연구하는 배우다.
장현수 감독과 작업하기는 어땠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딱 남자 분이기는 한데, 워낙 남자 영화를 많이 해서인지 여자들 앞에서는 기를 못 피시는 것 같았다. 세 여자와 함께 있으니까 얼마나 쑥스러워 하시던지,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참, <누구나 비밀은 있다> 하면서는 회식 자리가 전혀 없었다. 처음에 배우들하고 다 모여서 대본 리딩한 후에 밥 한 번, 술 한 번 먹은 게 다다.(웃음) 세트에서 촬영 끝내고 밥차 와서 밥 같이 먹을 때도, 감독님은 식판 들고 있다가 다른 자리로 도망가시더라. “왜 밥 같이 안 드세요?”라고 따졌더니, 감독님 왈 여자들과 한 자리에서 밥 먹는 게 너무 어색하다고 하시더라.(웃음)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과 비슷할 것 같은데.
그런데 두 분이 또 다르다. 이명세 감독님 같은 경우는 철저한 완벽주의자라서, 배우의 표정이나 동선, 주변 소품 하나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완전 초짜라서, 현장에서 얼었던 기억뿐이다.(웃음) 이명세 감독님이 이처럼 현장을 완전히 통제하는 그런 스타일인 반면, 장현수 감독님은 자유방임주의자다. 배우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준다.
얼마 전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를 만나고 온 것으로 안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단지 출연한 드라마 하나로 인해서, 한 나라의 원수에게 초청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척 영광스러웠다. 편안한 동네 할아버지 같았다. 내 손을 꽉 잡으면서 너무 반가워하더라.
그 많은 한국 드라마 중 유독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인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잘은 모르겠다. 아무래도 [겨울연가]가 일본 공중파인 NHK에서 최초로 방송된 한국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요즘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로 충무로 안팎이 떠들썩하다.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참 조심스럽기는 한데, 얼마 전 들은 우스개 소리가 기억난다.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서 신호등을 세웠다고 치자. 그런데 그 이후 사고가 많이 줄었다고 해서, 신호등을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직은 지켜나가야 할 때인 것 같다.
후속작 계획은?
시나리오는 여러 개 보고 있는 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너무 바쁘게 달려왔다는 생각이다. 워낙 ‘만만디’한 성격이라 급하게 생각 안한다. 하반기 쯤 다음 작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꼭 맡고 싶은 역할이 있는가?
‘연기 변신’ 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냥 물 흘러가는 대로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기 변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올가미> 같은 스릴러 다시 해보고 싶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하는 역할이 아닌 냉혹한 성격의 ‘가해자’ 말이다. 아,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것 같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를 관객들이 어떻게 보기를 원하는가?
너무 더워서 짜증나는 여름철이지 않나. 너무 심각하거나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세 여자의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를 신나게 즐겼으면 한다. ‘벼르는’ 심정 말고.(웃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상미 언니나 효진이나 모두 나보고 연기에 욕심이 많은 악바리라고 한다. 워낙 체력이 강해서 악바리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나름대로 욕심이 없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웃음) 사람들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항상 발전해 가는 배우 최지우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결혼적령기다. 결혼은 언제쯤?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듣는 것을 보니, 나이가 먹긴 먹었나 보다(웃음) 일 도와주는 매니저도 갈 나이 되었을 때 결혼도 하고, 배우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삶을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말을 한다. “아니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이제 일본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라고 하더라고. (웃음) 사실 내가 연기자면서 공인이지만, 한 여자로서 누려야 할 행복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여전히 ‘만인의 꽃이 될 지, 한 남자의 꽃이 될 지’ 두 선택의 기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인터뷰: 태상준 기자)
nkino |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김효진 | 재밌게 봤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구성이 독특하고 시나리오가 탄탄하다는 것이었다. 각각 세 여배우의 캐릭터가 극명하게 분류가 되고, 비중도 알맞게 배합돼 있고 그런 부분이 참 좋더라.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원작인 <어바웃 아담 About Adam>이라는 영화는 보았는지? 두 영화를 비교한다면?
<누구나 비밀은 있다> 시나리오보다 원작 영화를 먼저 봤다. 두 영화가 많이 비슷한데 우리 영화는 윤리적, 도덕적인 문제 때문에 많이 완화 됐다. <어바웃 아담>은 굉장히 직접적이다. 우리 영화에서는 수현(이병헌)이 다른 커플들에게 야릇한 여운을 던지면서 끝나는 데 반해서 <어바웃 아담>에서는 남자(아담-스튜어트 타운센드가 연기. 편집자 주)가 셋째 딸이랑 결혼을 한다.
미영은 자유연애주의자이고 세 자매 중 가장 대담하고 신세대적이다. 실제의 본인은 어떤 편인가?
나랑은 많이 다르다. 난 그런 쪽으로는 좀 고루하고 보수적인 편이다. 미영이가 좀 철없이 나오는데 그런 면을 많이 부각시켰다. 미영은 외모만 보고 판단하고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 하지 않은 채 이 남자 저 남자 만나지 않나? 여러 사람을 만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때 그 때마다 깊게 생각해서 만나는 편이다.
극 중 수현(이병헌)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사랑의 전령사? 못 말리는 바람둥이?
기분 좋게 하는 바람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여자들이 보면 때려죽일 놈이다.(웃음) 세 자매가 수현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게 여자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고 필요할 때 딱딱 나타나주고 하는 매력 때문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많이 불편해 할 것도 같다.
많이 불편해 할 것이다. 깊게 파고 들면 따지고 갈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볍게 보면 각기 다른 연애관과 가치관을 가진 세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알게 되는 영화다. 페미니스트나 일반 여성 관객들이 봐도 거슬리는 부분은 좀 있겠지만 그냥 가볍게 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냥 욕망을 표현한 영화일 수도 있다. 이성적으로 용납이 안 되지만 감성적으로는 금기시되거나 도덕적으로 허용이 안 되는 일을 하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을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거다.
실제 자신의 이상형은?
수현은 너무 완벽해서 너무 부담스러울 거 같다. 그냥 나는 편안한 사람이 좋다. 신비스럽고 비밀이 많아 보이는 사람은 싫다. 솔직하게 다 털어 놓을 수 있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면 좋다.
극 중에서 재즈 보컬을 선보인다. 실제로 부른 건가?
내가 직접 부른 건데 잘 안 믿는다.(웃음) 촬영 전에 녹음을 하고 나서 녹음된 내 노래를 틀어놓고 립싱크를 한 거다. 4개월 정도 윤희정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았었다. 처음엔 잘 안됐는데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니까 늘더라. 세 곡을 불렀는데 두 곡이 실리고 한 곡은 못 썼다. 미영 캐릭터가 잘 살아나는 부분이 노래 부르는 신이라서 신경이 많이 가는 부분이었다.
미영의 캐릭터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건의 중심이자 발단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도 한데 부담감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언니들 같은 경우는 내가 시작한 부분에서 반복적으로 사건이 파생되는 것이라 상황이 받쳐 주는 데 반해 나는 아무 바탕 없이 이끌어나가야 했다. 관객들이 딱 몰입이 되고 집중해 줘야 한다는 부담감. 하지만 뭐 감독님이 알아서 지도해 주시는 거고 난 거기에 따라 연기만 잘 하면 되는 거니까.(웃음)
장현수 감독은 모두 선 굵은 남성영화를 만들어왔다. 이런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의아한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의아해 했다. 감독님은 너무 <게임의 법칙>의 이미지가 강하시기 때문에. 근데 감독님 성격은 참 숫기가 없고 내성적이시다. 촬영현장에 여자가 엄청 많았는데 감독님이 거의 적응을 못하시더라. 여자들이 떼 지어 모여 있으면 말씀도 잘 못하신다. 오히려 우리가 ‘감독니임~’하고 부르며 애교도 부리곤 했다.
감독님의 연기 지도 스타일은?
그냥 냅두신다.(웃음) 상황 설명 해주시고 감을 잘 못 잡았을 때는 따로 말씀해 주시는데 대부분은 배우를 믿고 맡기신다. 그리고 배우들을 참 편안하게 해주신다.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천년호> 이후 두 번째 영화다. 이제 영화연기에 많이 익숙해졌나? CF, TV드라마, 영화 각각의 매력은 무엇인가?
CF는 잘 모르겠다. 그냥 순발력인 거 같다. 30초 안에 제품에 대한 컨셉을 순발력있게 잘 표현해 줘야 하는데 그건 연기랑은 또 다른 부분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비교하자면 영화가 더 어렵다. 어려우면서도 매력 있다. 작품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매달려서 일을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드라마에서는 못 느끼던 여유도 있고, 드라마는 같이 밥 먹을 시간도 없다. 빨리 빨리 찍어서 방송에 내보내야 하니까.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지는 않았나?
둘째 선영 역할. 솔직히 유부녀 역할(추상미가 연기한 첫째 진영-편집자 주)은 소화하기 힘들다. 아직 유부녀의 권태를 이해하지도 못하고.(웃음). 둘째 역할이 참 매력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사귀어본 남자 친구도 없고 주위에서 여태 뭐 했냐고 놀리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더라. 그런 모습이 참 귀엽고 재미있었다. 미영 캐릭터는 어찌 보면 요즘 젊은 세대를 나타내는 평범한 캐릭터일 수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꼭 하고 싶었던 역할이 있었다면?
<스위밍 풀 Swimming Pool>이 참 충격적이었다. 뤼디빈 사니에르가 맡았던 역할이 참 세더라. 나도 저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에 드라마 하나 찍고 있다. SBS TV [파리의 연인] 후속작인 [매직]이라는 드라마다. 여주인공인데 캔디 같은 역할이다. 환경은 불우하지만 밝고 꿋꿋이 이겨내는 아이다.(인터뷰: 정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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