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올해의 네번째 책.
올해 목표에 살짝 지쳐갈 무렵 책장에서 무심코 손이 가서 꺼내 잡은 책.
이런 사연들이 줄줄이 있는 책.
하지만 그런 사연과 우연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짙은 여운을 남겨 준 책이기도 합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청장 이덕무. 그의 시선으로 역시 북학파이자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 척재 이서구, 영재 유득공 등의 문인과 야뇌 백동수의 우정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소설이기라고 할 수도 없고 역사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글이지만 시점 자체가 이덕무의 시선이기 때문에 왠지 소설 혹은 수필같은 느낌이 들죠. 그 덕분인지 굉장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저에게 남겨준 또 하나의 소득이라면 이 실학파들의 책에 대한 관심을 높여준 점이죠. 책 속에 서술되어 있는 유득공의 「이십일도회고시」와 「발해고」, 담헌 홍대용의 「간정동회우록」, 이덕무의 유고집인 「아정유고」 등고서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겨두고 그 마음을 잊지 않을지가 관건이 되겠죠;;;
이 책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무인 백동수. 지난 해 한 방송사의 드라마 주인공이었죠. 저는 그 인물이 가상의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실존 인물이었네요. 그의 스승 김광택(드라마에서는 아마 전광렬이 역할을 맡았고 적수인 최민수와의 대결에서 목숨을 잃었던 것 같은데요)이라는 사람 역시 백동수의 실제 스승이며 실존 인물이었더군요. 색다른 재미를 느꼈습니다.
책 속 연암 박지원이 한 말씀이 계속 기억에 남네요, 그 단락을 옮기면서 마무리합니다.
"자네들의 눈과 귀를 그대로 믿지 말게. 눈에 얼핏 보이고 귀에 언뜻 들린다고 해서, 모두 사물의 본 모습은 아니라네."
선생이 탓하는 것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아니었다. 눈과 귀야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사람의 머리에 전해주는 감각기관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느끼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사물을 받아들인다.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싶은 것, 인정하고 싶은 것을 미리 정해두고, 그 밖의 것은 물리치고 거부한다. 그러한 마음에 기초가 되는 것은 역시 지난날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은 자신만의 감각이나 경험이다. 이것이 바로 선입견이다.
@ 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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