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프라임

from 되새김질/BookS 2012. 1. 20. 11:15

#8


블로그에서는 만화책을 빼고 계산하고 있는데요. 이 다음에는 보고 있는 만화책들을 좀 정리해야겠군요.

암튼...
작년 하반기부터 죽 보고 있는 EBS 지식채널의 또 다른 책. 지식e 시리즈와 겹치는 내용들이 꽤 있습니다. 덕분에 복습도 되지만 약간 지루하기도 하죠. 다행인 것은 겹치는 부분들이 책 초반에 많아 뒤로 갈수록 지루함은 없어집니다.

한가지 불편한 점은...
이전에 나이키 이야기라는 책 속에 삽입된 QR 코드 방식의 부연설명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는데요. 동시에 기존에 많이 쓰는 각주방식은 불편하다고 했고요. 그런데 이 책은 한 술 더떠서 책 중간중간 박스로 된 부연설명과 한 페이지 전체를 할애한 이미지 등으로 인해 읽기의 연속성을 마구마구 불편한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개인 호불호의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적응하기가 많이 힘들더군요. 그덕에 책 초반 적응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유익한 내용이 꽤 많은 책이고요. 그 중에서도 집단사고와 집단지성에 관련된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돼지만 참사의 우스꽝스러운 비극. 집단사고와 관련된 단락인데 내용을 아래에 옮겨봅니다. 이 글 덕분에 필자이신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1961년 4월 17일 새벽, 여덟척의 미군 함정이 B-26의 호위를 받으며 쿠바 남쪽 해안 돼지만을 향해 출항한다. 함정에는 1,400명의 쿠바 망명자로 구성된 상륙부대가 타고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쿠바를 기습하여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 하지만 함정의 대부분은 쿠바 연안의 암초에 걸렸고, B-26은 쿠바 공군의 전투기에 격추당하고 만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상륙을 강행한 부대원들 중 100명은 중무장한 쿠바 경비대에 의해 사살되고, 나머지 부대원들 중 대부분은 포로 잡혔다.

미국의 돼지만 침공이 실패로 돌아간 후 쿠바는 미국에게 내정간섭의 죄를 물으며 포로교환의 조건으로 거액의 보상비를 요구했고, 미국의 쿠바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돼지만 참사 이후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은 더욱 견고해졌고, 미국은 소련과 핵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를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미국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가장 우스꽝스러운 실패로 기록된다.

돼지만 사건은 미국 케네디 정권 시절의 이야기다. 그 무렵 쿠바는 소련의 협조 하에 미국 본토를 겨냥한 중거리미사일을 도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최고의 엘리트 들을 소집하여 밤낮으로 대책을 논의했다. 워낙에 각 분야에서 가장 잘 났다는 사람들인지라 처음에는 각양각색의 주장과 논리들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몇날몇일 같은 장소에 모여 같은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다보니 결국 논의는 하나로 모아졌다. 쿠바 망명자들, 즉 반 카스트로 쿠바인들을 훈련시킨 후 돼지만에 상륙시켜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만에 하나 실패하더라고 쿠바의 내부봉기처럼 보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순진할 발상도 깔려있었다(왠지 실미도가 생각나는군 ㅠㅠ)

케네디와 그의 엘리트 참모들은 어떻게 그런 엉터리 같은 계획을 만들어냈을까? 애초부터 문제점과 허점이 많았던 이 계획에 어째서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집단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 돼지만 참사를 언급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도 비슷한 성향에 가진 상태에서 페쇄된 장소에 모여 장시간 논의하다보면 '돼지떼'처럼 우매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당시 돼지만 기습작전을 계획하던 자리에 참석했던 안조보좌관의 술회에 따르면, 당시 이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백악관 특보를 지낸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이렇게 말했다.

"말도 안되는 작전을 당장 그만두라고 경고하고 싶었지만, 회의 분위기에 눌려 감히 입도 열지 못했다."

이러한 집단사고 현상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엘리트 의식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독선에 빠진 나머지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을 부도덕한 존재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정당화하는 데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단을 대표하는 리더는 집단의견을 거부하는 자에게 만장일치가 되도록 압력을 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사람도 집단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을 집단의 결정은 엄청난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는 잘못된 결정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 후략

P 172~174

위 글이 바로 표창원 교수가 쓴 글입니다. 재미있지요? 어쩌면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 저런 집단사고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스스로도 저러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요. 두 글자 차이인데 집단지성과는 참 상반된 모습이네요.

@ 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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