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from 되새김질/BookS 2006. 10. 11. 09:54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정이현씨의 첫 장편소설.
누군가의 후기평처럼 콜라처럼 톡 쏘는 감각이 살아있는 소설이다.
어제 오후 본의아니게 장문의 자료를 출력하면서...
인쇄물을 기다리는 시간 틈틈히 읽기 시작해 한숨에 다 읽어버린 책.
한참전에 읽었던 김형경씨의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그보다는 더 맹랑하고 밝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 속 주인공은 서른한 살의 직장생활 7년차 여성. 일반적으로 한국의 직장사회에서 일어나는 불합리와 부조리쯤은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을 지닌 미혼 여성이다.

소설은 헤어진 지 6개월이 된 옛 애인의 결혼식날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서른 한살의 적지않은 나이.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다 압박이 오기시작하는 결혼. 그리고 이미 사랑이나 연애에 대해서는 쑥맥이 아닌바에야 알것 다 아는 것 같은 그런 나이. 하지만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20대의 불같은 청춘때처럼 쉽게 규정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비슷한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책 속에 담겨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딱 그 나이에 치열한 고민들. 현재와 미래.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터닝포인트.

연애소설인만큼 남자-여자의 이야기가 많지만, 어찌보면 그 역시 30대 초반의 미혼여성이나 남성들이 가지는 무수한 고민중에 대표적인 고민 하니일뿐...

"무단 결근 이틀째. 처리해야 할 일들이 첩첩이 쌓여있을 터였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나. 어쩌지? 마음에 대고 가만가만 묻는다. 마음이 반문한다. 넌, 지겹지도 않니?
왜 아니겠는가. 지겹다. 지겨워서 까무러칠 것만 같다. 새로 산 하이힐을 절뚞이며 첫 직장에 출근한 이래, 한달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일요일 밤에는 과음을 삼갔고, 월요일 아침에는 지구의 자전핀이 멈추기를 바랬으며, 월요일 오후에는 아침에 바라던게 무엇이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바빴다. 아침 아홉 시와 밤 아홉 시 사이에는 대변도 마렵지 않았다. 몸의 사이클조차 컨베이어 벨트의 나사처럼 팽팽히 조여져 살아왔다." -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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